수필은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일상이 쓰여진 글이다.

그래서 수필은 다른 장르의 글을 쓸 때보다도 큰 재미를 느낄거 같다.

대화는 말하는 중간에 상대의 방해를 받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주제일 경우 벽에 대고 말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형식이나 주제 등 대부분의 것에서 구애를 받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아찔할 만큼 즐거울 것 같다.

나도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있다면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퍼부어내고 싶다.

그렇다고 김혜영 작가가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글들로 더듬듯이를 엮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속 시원하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낸 더듬듯이를 읽다보니 무척 부러운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자기 소신이 강하고 옳은 것을 바르게 실천하는 대한민국의 멋진 아줌마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다.

글로 강하게 자신을 무장시켰지만 늦둥이 막내 딸로 태어나 바로 위 오빠와의 차별에서 받은 설움과 무뚝뚝 했을지언정 자신의 방식대로 항상 사랑을 표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들에서는 가족의 애정이 필요한 우리네 엄마와 다를게 없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세딸의 엄마로 자식들을 보호하지만 자립심 강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응원하는 글들에서는 나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우리 엄마도 나를 이토록 아끼고 사랑했는데 나는 그 사랑의 10%도 갚아드리지 못한 죄인이기에...

우리 엄마는 가난해서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딸이라서 무시받으며 자랐다.

어린 나이부터 돈벌이를 시작하며 맏이라는 책임도 강요 당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같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았다.

언제나 긍정의 기운을 주며 날 신뢰했고 부담이나 잔소리를 주지 않는 멋진 엄마였다.

우리 엄마도 김혜영 작가만큼이나 멋진 엄마였기에 책을 읽는 내내 어찌나 엄마 생각이 나던지 눈물을 여러번 훔쳐야했다.

이렇게 귀한 딸 대접 받으며 자란 내가 자기 아들만 귀한 시어머니에게 무시 당하고 손녀를 낳아 싫은 소리를 들어서, 딸로 받은 설움이 표현된 부분에서는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던지 안쓰럽고 화가 났다.

나도 딸은 가진 엄마로 우리 아기도 연꽃같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실로 여러 감정을 오가며 그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나니 뭔가 후련해진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에 문외한이 나도 앞으로 그림을 볼  때는 더듬듯이 보는 눈을 가져야겠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막상 유명한 그림은 내 마음을 울리지 못했는데 내가 너무 경솔했던 것 같다.

더듬듯이, 이 네글자가 나의 남은 인생에 꼭 필요한 단어가 되었다.

 

 

 

더듬듯이, 이제염오, 김해영, 해드림출판사,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