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이 드디어 내 품으로 들어왔다. 이번 이야기는 1권과 2권에서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인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여동생, 시노카와 아야카의 일기장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공개된 점이다. 이는 고서당을 둘러싼 전후 사건을 압축한다. 주요한 내용은, 고서당의 수습 점원인 고우라 다이스케와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미묘한 감정선과 섬세한 신호인데, 여고생의 눈빛이 제법 예리하다. 본문을 파고 들면, 행방을 감춘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에 대한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는 가운데 시오리코가 계속 사들이고 있는 『크라크라의 일기』를 향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01 민들레 소녀    

고서 교환전의 하루는 악몽이었다. 출입구에서 맞닥뜨린 깐깐한 히토리서방의 사장부터 시작해서, 눈독 들였던 절판본은 낙찰에 실패하고, 더군다나 출품하지도 않은 상품가치도 없는 책들이 비블리아에서 내놓았다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결국 팔리지도 못할 그 책들을 수거해야만 했으며, 고서회관 근처에 세워둔 차에는 주차금지 딱지까지 붙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히토리서방에게 낙찰된 코발트문고의 『민들레 소녀』를 시오리코가 훔쳤단다. 게다가 시오리코가 제 어미를 닮아 '겉과 속이 다른' 계집애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다. 결혼할 때 아내에게 선물 받은 책을, 아내가 떠난 뒤로도 몇 번이고 읽은 남자.. 분노가 아닌 그리움으로 읽었을 『민들레 소녀』.. 깐깐하기 이를데 없는 히토리서방의 등장으로, 시오리코는 한껏 격하시키는 사건들이 우후죽순처럼 피어오르다가 에필로그까지 이르러서야 오해가 풀린다. 

 

02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그림책 같은 것(우스펜스키의 『체브라시카와 친구들』)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안한 추론 방법이 잘 드러난 비노그라도프와 쿠즈민의 「논리학 입문」으로 비블리아 고서당과 인연을 맺었던 사카구치 시노부와 남편 즈시에가 또다시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 시노부가 재밌게 읽었던 딱 한 권의 책이지만,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동화였다는 것과 삽화 외엔 아는 게 없다. 그 어릴 적 책을 찾으러 사이가 좋지 않은 친정 부모를 만나러 가는 시노부를 통해, 잃어버린 가족 간의 정을, 소통하는 방법에 인색했던 부모로부터의 오해와 외면과 상처로 얼룩졌던 지난날이 회복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03 봄과 아수라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의 동창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고서에 관한 의뢰를 받는 시노카와, 그것은 아버지의 유품으로 물려받은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초판본을 도둑맞았으니 찾아달라는 의뢰였다. 미야자와 겐지는 『봄과 아수라』가 출판된 뒤에도 퇴고를 계속 했다. 일부 글이 초판본과 다른 건 겐지의 사후에 발견된 수정본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겐지에게 『봄과 아수라』는 시집이 아닌 순간순간의 심상을 대략적으로 묘사한 스케치일 뿐이라는 '심상 스케치' 모음집이다. 작가 스스로 결코 시집이라 부르지 않은 대략적인 형태를 거칠게 묘사한 소묘라 생각하고 퇴고한 것으로 추측한다. 뜻밖에도 그곳에서 시오리코의 어머니의 그림에서 발견한 수국 무늬 장서인을 발견한다. 의뢰인의 조카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힌트는, '테나르디에 중사를 조심해라'였다. 더욱 놀라운 건 미야자와 겐지 본인의 친필 퇴고본이라는 점이다. 유산 상속을 둘러싼 논쟁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생각케 한다.

 

 이번 편에서 발견된 새로운 고서 tip을 살펴보면, '고서 교환전'은 조합원들끼리 상품을 거래하기 위한 시스템으로써 편하게 '시장'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고서 교환전'이다. 대부분의 고서점은 각 지역에 있는 고서조합에 가입되어 있다. 자기 가게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종류의 책을 매입했을 경우, 조합 소유의 고서회관에서 열리는 교환전에서 매수할 동업자를 모집한다. 조합에 가입되어 있으면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가장 높은 금액으로 입찰한 가게가 낙찰을 받아서 상품을 가져가고 대금은 책을 출품한 가게에 치른다. 시장과 조합은 일본 고서점 업계의 특징이다. 에도시대의 혼야나카마가 원형이라는데 이런 형태로 고서점끼리 서로 협력하는 직업 길드는 해외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내놓은 물건이 엎어졌다'는 것은, 상품을 출품했지만 입찰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고'는, 물건을 낙찰 받고 나서 낙장이나 파본처럼 극단적인 결함을 발견하는 것을 두고 말한다.

 

 서술의 주체는 여전히 우리의 고우라 다이스케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가족간의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부부, 부모, 형제 등 계층 간의 갈등이 얽히면서 유발된다. 하지만 우리의 해결사 시노카와 시오리코가 불협화음을 단숨에 소거시키고 중재에 나선다. 하지만 비블리아 고서당에 관한 수수께끼 역시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는 무슨 일을 했을까? 그녀는 왜 집을 나가야만 했을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현재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 베일이 조금씩 벗겨진다. 그놈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문제다. 침묵이 금일지 해악일지는 앞으로 전개될 시리즈를 통해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비블리아고서당사건수첩3』, 미카미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