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로 나이는 스물다섯 살이다. 천성이 일하기를 싫어하고 아이들을 원숭이에 빗대어 표현할 만큼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으며, 교사라는 직업 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다. 수업과 관계없는 부분에서 아이들이 무슨 일을 꾸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최소한의 관심만 보이려 하지만, 부임하는 학교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미스터리 작가 지망생인 나는, 불평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 자살, 독살, 협박, 도박, 도난 등의 온갖 사건들을 다양한 방법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추리를 전개해 나간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 소설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인 '나'와, 마지막 두 편의 이야기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개구쟁이 '고바야시 류타'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비정(非情)하다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나 인간미가 없는 상태를 뜻하지만 그것은 주인공을 향한 비정함이 아닌, 현실 세계의 비정함을 빗대어 말한 것이리라. 실제 사건을 풀어나가는 '나'와 '고바야시 류타'는 그러한 현실 세계를 객관적으로 타파해 나가는 믿음직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6×3'

이치몬치 초등학교 5학년 2반의 체육관 중앙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시체 옆으로는 스코어보드용 숫자판이 6과 3을, 두 개의 숫자판 사이에 돌돌 말린 홍백의 깃발은 X자 형태로 놓여 있다. 반 전체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나가이 후미히코와 '6×3'이 주는 다잉 메시지는 밀접하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낸 이후, 왕따 소년은 영웅이 되어있었다.

 

'64분의 1'

니카이도 초등학교 5학년 3반에서 도난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아키모토와 요시오카 외에 없다. 문고본 크기의 흰색 수첩에 적힌 '극비'와 '64분의 1'이 수상하다. 와중에 요시오카는 불량 중학생에게 며칠전 돈을 뜯겼다는 경찰 제보까지 받는다.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어 벌인 위장극 속에는 도박이라는 한탕주의가 숨어있었다.

 

'10×5+5+1'

미쓰바 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인 모리모토가 급사하는 바람에 '나'는 기간제 교사로 들어갔다. 첫날부터 학급 분위기가 섬뜩할 정도로 정숙하고 활기도 없으며 웃음도 없다. 키피가 죽고 며칠 뒤, 담임 역시 3층 교실에서 추락 즉사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담임의 죽음과 함께 카나리아 키피의 죽음까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10×5+5+1'는, 모리모토의 진심이 불러온 불행한 사고였다.

 

'우라콘'

시키 초등학교 6학년 2반 아이들의 생활태도를 보면 지나치게 모범생이다. 그런데 나가세 아키호라가 4층 베란다에서 자살 시도를 했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게 엽서로 보내는 투표방식인 '우라콘'은 아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무토타토'

고린 초등학교 6학년 3반에 협박 편지가 들어왔다. <선생 '무토타토' 아케루나 = 선생 '무토타토' 열지 마>는, 처음 등장했던 '6×3'의 다잉 메시지가 주었던 한자음 표기방식의 논란거리와 비슷한 맥락을 이룬다. 이는 한자를 몰랐던 공범자의 가타가나 표기였고, 운동회와 수학여행이 주는 고민거리를 단박에 해결하고픈 소심한 소년들의 회피였다.

 

'신(神)의 물'

롯카쿠 초등학교 6학년 3반에 '신의 물'을 마신 마에다 아쓰시가 쓰러졌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었던 아이들의 선행은, 불평많은 이웃의 복수로 이어졌고, 갈증난 한 아이의 독극물 쇼크는 또다른 복수로 이어졌다.

 

'방화범을 찾아라'

나는 5학년 2반 고바야시 류타다. 최근 우리 동네에 방화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밤마다 교대로 순찰을 돌기로 했다. 이번 순찰을 제안한 사람은 호소카와 아저씨인데 그동안 이웃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했고 평판도 좋은 사람은 아니다. 호소카와 아저씨네 화재가 일어났는데 형사는 엉뚱하게도 그 아저씨를 의심한다. 문틀이 순간접착제로 붙어버린 이유를 이해하면 쉬워진다.

 

'유령이 건 전화'

부재중 전화 메시지를 통해, 잘못 걸려온 전화와 장난 전화에 얽힌 상관 관계를 해독했다. 테이프레코더에 담긴 마지막 엄마의 목소리는 꼬맹이의 소중한 보물로 간직된다.

『비정근』, 히가시노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