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하실에 붙어 사는 요괴(?)인간 이라부의 천진난폭 청승발랄 이면에는 톡 쏘는 탄산음료처럼 유쾌한 효과가 기적처럼 등장한다. 건성건성 넘어가는 듯 해도 이라부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비밀을 털어놓게 하는 마력이 있으며, 상식 틀 밖에서 살아가고 시종일관 미친 척 하고 있어도 결정적인 한 방은 원인을 분석하고 효과를 증명한다. 

이라부와 콤비를 이루는 간호사 마유미 역시 기상천외한 인물이다. 거대한 F컵을 자랑하듯 훤히 드러나는 가슴골과 넓적다리를 모두 드러내는 초미니 차림으로 환자를 맞는다. 시크한 표정으로 환자에게 핫도그만한 비타민 주사를 놓고나면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 잡지를 뒤적이고 담배를 피워문다. 그런 나른한 모습 속에서도 이라부의 호출 한방이면 재빨리 응하는 날렵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서커스장에 표범 무늬 핫팬츠를 입고 가서 하루종일 표범을 바라보기도 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엽기 콤비다. 등장인물들 또한 평범하지 않다.

날카로운 것만 보면 반사적으로 겁에 질리는 선단공포증을 지닌 야쿠자 중간 보스 세이지, 공중그네에서 매번 추락하는 서커스단 리더이자 공중그네 플라이어 베테랑 고헤이, 의학부의 권력자인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픈 파괴충동을 느끼는 신경정신과 의사 다쓰로, 신세대 스타의 등장으로 전형적인 입스(YIPS:퍼팅이 전혀 안되는 병)에 걸린 프로 입단 10년째인 베테랑 3루수 신이치, 자신이 써냈던 작품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 나머지 심인성 구토증에 시달리는 인기 여류작가 아이코까지.

야쿠자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담판 현장에 찾아가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고, 거대한 몸을 공중그네에 날려보기도 하며, 파괴본능에 일탈충동으로 시달리는 동기생과 퍼펙트한 기행을 일삼고, 베테랑 야구 선수를 상대로 발전 가능성은 추호도 없는 배팅 연습에 가담도 하고, 인기 작가 따라 소설도 후딱 써버린다. 심각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을 핵폭탄급 유머로 치환시킨 『공중그네』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에너지와 충만한 호기심을 지닌 이라부라는 캐릭터를 통해 완성된다. 한바탕 웃고 나면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한 '나' 자신도 보이고 억압되어 있던 삶의 무게도 한뼘쯤 가벼워져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