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비블리아 고서당'을 둘러싸고 헌책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다. 걸음을 멈출 만큼 아름다운 여인인 '시노카와 시오리코'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이며, 책벌레를 넘어서 고가의 책도 금방 판독해내고, 책에 얽힌 사연이라면 상황만으로도 무시무시한 통찰력과 추리력을 발휘하는 독심술을 지닌 대가다. 골절로 병원에 누워있는 와중에도 사건을 목격한 이들의 자료나 설명만으로도 사건을 추리할 수 있는 월등한 능력과 활약상은 안락의자형 탐정을 떠올린다. 책에 대한 애착이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반면에 '고우라 다이스케'는 독서와는 연이 없는 체질을 지닌 작중 화자다. 다른 사람과 책 이야기가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시오리코는 마음껏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싶어도 울렁증 때문에 읽지 못하는 체질인 다이스케는 이야기를 마음껏 청취하는 이른바 상부상조 사이인 동시에 사건을 함께 풀어나가는 사이가 된다. 

 

 

총 4장의 목차 제목 뒷면에는 해당하는 책의 저자와 서적 판형이 소개되어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현재 1000엔 지폐에도 그 초상이 사용되고 있는 국민작가다. 이와나미쇼텐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소세키 전집」을 발간한 출판사이고 창업주인 이와나미 시게오는 소세키와 인연이 깊은 인물로 소세키의 제자들과도 교류를 가졌다. 그들은 서로 힘을 모아 첫 전지을 만들었고 그 뒤로도 몇 년마다 개정판을 냈다. 소세키의 일기가 처음으로 전부 공개된 게 바로 이 전집에서였고 각 권 해설은 소세키의 제자인 고미야 도요타카가 이 전집을 위해 집필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는 1909년에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로써 「산시로」, 「문」을 합쳐서 3부작으로 불린다. 고야마 기요시는 질곡 많은 인생을 살다가 1940년 다자이 오사무의 문하생이 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문고판은 소형 서적 판형으로 신서판보다 작으며 일본에서 염가형 서적에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판형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1936년에 발행된 다자이 오사무의 기념할 만한 처녀 작품집 「만년」의 초판본은 1936년에 마나고야쇼보에서 발행되었고 작가가 스물일곱 살 때 발행되었다. 그때까지 써두었던 단편을 실은 작품집으로 유서로 남길 작정이었다고 한다. 소설가로서 활동하기 전에도 그는 어느 여성과 동반자살 시도를 했었고 그 뒤에도 계속 자살 미수 사건을 일으켰으며 결국 연인과 함께 다마가와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다자이는 이십 대의 젊은 나이에 십 년에 걸쳐 오만 장의 원고를 써냈다고 한다. 산리오SF문고는 마니악한 라인업으로 유명했다. 일본에서는 아직 낯선 비영미권 SF소설과 환상문학을 다수 출판했는데 매출 부진으로 십 년쯤 지나 없어졌고 이 브랜드에서만 번역판이 나온 작품이 꽤 많다. 「살아있는 시체」는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소량만 출판했던 작품이다. 아오키문고는 1950년대부터 거의 삼십 년 동안 책을 발행한 종합 브랜드이다. 사회과학 이론서나 옛 공산국가의 문학 작품이 이 브랜드를 통해 많이 세상에 선을 보였다. 「논리학 입문」은 논리학 해설서이며 오랫동안 중쇄를 거듭했던 스테디셀러였다. 이 책에서 다루는 건 삼단논법과 같은 논리적 추론 과정을 수학적인 기호를 사용해 설명하는 기호논리학(A=B, B=C, 따라서 A=C)이다.

 

고서 또는 책에 대한 용어나 방식이 잘 나타나 있다. 고서점에서는 책을 매입할 때 우선 상태부터 확인한다. 눈에 띄는 낙서가 있으면 '낙서 있음' 등으로 가격표에도 언급을 한다. 책의 소유자가 자기 수집품에 찍는 도장을 '장서인'이라 하는데 중국이나 일본에서 옛날부터 즐겨 만들었던 물건으로 소유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은 각양각색이며 글자만 새겨진 게 일반적이지만 그림을 넣기도 한다. 증정은 누구한테 준다는 뜻으로 '증정 사인'은 작가가 자기 이름뿐 아니라 책을 받는 사람의 이름도 써주는 경우를 뜻하며, 정해진 형식은 없지만 받는 사람의 이름을 한가운데 쓰고 그 왼쪽에 주는 사람, 저자가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게 일반적이다. '책등빼기'는 고서점에서 싸게 파는 책을 사들여 높은 값에 되파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로써 책등만 보고도 희귀 도서를 골라내서 그렇게 불린다. '절판본'이란 뒷권으로 갈수록 구하기 어려운 법이다. 상권만 샀다가 하권을 놓치는 사람은 있어도 그 반대는 없으며 하권은 시장에 얼마 나오지 않으므로 그만큼 값어치가 올라간다. 끈으로 된 책갈피인 '가름끈'은 옛날 대부분의 문고본에 달려있었지만 지금은 신초문고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교도소의 도서관에서 수감자에게 대출하는 책을 '관용 도서', 수감자가 개인적으로 들여온 책을 '개인 도서'라고 한다. 책을 세웠을 때 윗부분을 '책머리'라 하고, 아랫부분을 '책발'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책이란 책장이 붙은 상태로 철해서 제본한 뒤에 책머리, 책입(책등의 반대 면), 책발을 깔끔하게 잘라낸다. '언컷'이란 자르지 않고 출판된 책을 말하며 옛날에는 이 상태로 출판된 책이 많았다. 읽을 때는 페이퍼나이프로 뜯어가며 읽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동일한 이름으로 지어준 할머니의 연정, 노숙자 시다 씨의 부적 같은 책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 성 안데르센」,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안한 추론 방법이 잘 드러난 비노그라도프와 쿠즈민의 「논리학 입문」, 광적인 집착이 불러온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등 소개된 소설 속 상황은 실제 사건을 불러온다. 기괴한 사건 현장이 아닌 아마추어 탐정의 특징을 가졌으므로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책과 상관없는 대화만큼은 극도로 서툰 아마추어 탐정의 모습이라니 유쾌하고 기분 좋지 아니한가. 이 소설의 작가는 유독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힘을 실어내고자 했다. 범인의 결정적인 힌트가 소설 주인공의 이름을 차용한 것도 그렇고, 사랑의 흔적조차 후세에 태어난 손자의 이름에서 찾아내려는 의도 역시 그렇다. 추억을 곁에 두고 본다면 어긋난 과거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아껴두고 싶은 추억은 일정한 코드로 상징화되어 신성하면서도 정결하게 머릿 속을 부유하게 만든다. 이들의 비밀과 상처는 은연 중에 치유와 환기를 거쳐 회복의 종착지에 다다랐음을 실감하게 한다.

 

자신을 가지고 살아가자.

살아있는 이들은 모두 죄인이니. -P237

 

우리 모두 악인이라는 뜻인가요?

저는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든 업보를 짊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P239

 

『비블리아고서당사건수첩』, 미카미엔, 디앤씨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