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왠만한 음식은 엄마가 다 만들어 주셨다는 저자가 너무 부럽다. 뭐.. 우리 엄마도 왠만한 음식은 다 하실 줄 아는 분에 속하셨다고 내 스스로 자만해 보기도 하지만.. 피자, 스파게티, 자장면과 같은 배달 종류의 음식은 단 한번도 만드신 적은 없다. 당연히 그런 좋류의 것은 의당 연중행사로 배달해서 먹는 "요리"라는 부류에 속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난 주부경력 16년차다. 하지만 언제나 내곁엔 엄마나 언니가 있어서 집안일은 늘 뒷전이었고, 회사일에만 안간힘을 써가며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할 줄 아는 반찬(결코 "요리"가 아닌)이라곤 아는 바 없다. 그런데 저자는 "아가씨"란다. 그것도 꽤 먹을 만한 요리를 뚝딱뚝딱 해치우는 "손맛 좋은 아가씨".. 유년시절, 늘 지글지글 보글보글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다고..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담긴 맛, 향기, 색깔을 표현하는 요리 스타일링. 이런 걸 보면 따라하고 싶다는 충동보담 먹고 싶다는 충동만 일어나는 걸 보면, 아직까지 난 게으른 낙천가인가 보다. 하지만 기왕지사 보게 된 책이니만큼 두가지만 골라서 해보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그것은 아래의 두가지.. 그리스 산토리니 상차림과, 고단백 저칼로리 상차림이다. 물론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내가 해서 맛있을거란 보장은 더더욱 없다. 그치만 주부가 아닌 아가씨도 취미처럼 하다가 직업이 된 마당에 아이 둘 딸린 아줌마가 흉내라고 못 낼까.. 일단 약속을 해두고..^^ 

 

요리에 쓰이는 재료들을 보면, 평소 동네마트에선 만날 수 없는 것들이 눈에 종종 띈다. 칠리등갈비구이의 월계수잎, 곤약라멘의 실곤약, 차돌박이 월남쌈의 라이스페이퍼, 검은콩푸딩의 한천가루, 민트, 자몽, 콜리플라워, 파슬리, 너트맥, 루콜라, 까망베르치즈, 디종 머스터드, 깔루아,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등등.. 뭐, 요리의 풍미와 색을 위한 푸드스타일이라 어쩔 수 없긴 하나본데.. 내겐 소박한 몇가지의 재료로 뚝딱 간편하게 해치우는 게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손님을 치를 때, 혹은 우리들만의 기념일에 비밀스럽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집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