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 맡겨진 임무

 

내 아이가 나쁜짓을 일삼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나쁜짓을 하다 경찰에 쫓기다가 사고를 당해 죽었다. 훗날 그 때 아이를 추격하던 경찰이 환자가 되어 의사인 내게로 왔다. 위험한 수술이다. 나는 아버지로서 복수할것인가, 의사로서 치료해야할 것인가? 참 가혹한 이야기 같다. 아버지로서의 복수라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할수 없을것 같다. 아무리 내 아이가 잘못을 했다고는 하나, 그 아이를 키우면서의 기억들 때문에 그렇게 아이를 떠나보낼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원망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것으로 봐서는 나는 성숙한 어른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의사로서의 '사명'이라는 말 앞에 다시 고민을 하게된다. 내게 맡겨진 의무.. 왜 그는 의사가 되었을까? 또 한사람은 경찰이 되었을까?  직업의 선택에 있어서는 자신의 결정이 있었기에 거기에 주어지는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내게 주어진 사명을 등한시해서는 안될것 같다. 만약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 않고 나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는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함을 당연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가 좋다. 그냥 추리소설로서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번더 그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쩜 내가 철없는 시절에 읽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하게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항상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것 같다. 주어진 사명이라 해도 앞선 경우에서처럼 의사로서의 사명을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것인가. 만약 아버지로서의 복수를 했다고 해도 위험 부담이 많았던 수술이라 어쩔수 없는 경우였다,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 덮을수 있는 경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에 한번쯤 눈을 감지 않을까싶다. 그래서,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을 터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을 '사명과 영혼의 경계'에서 수없이 방황하고 있지 않을까? 사명을 고집할때 내게 오는 불이익을 없을까, 영혼을 고집할 때 받을수 있는 도덕적 지탄은 어떨까..라면서 고민을 하게 될것이다. 그럴때마다 나는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나의 선택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