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소개와 평가에 앞서, 나는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기법이나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여 업무에 활용하는 전문가가 아니며, 어디까지나 과학 계산만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하는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음을 밝혀둔다. 그 말은 내가 이 책에 대해 대단히 편협하고 편향적인 시선에서 평가했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 책이 출시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정확한 연산 속도를 원했던 나는 이 책에서 말한 대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핵심 개념을 익힌다면 내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출시되는 날 바로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이 책을 구입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익히기 위해 구입했던 ‘뇌를 자극하는 프로그래밍 원리’라는 책이 나에게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 더 쉽게 설명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보고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아니라는 말은, 쉽게 쓰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원한 프로그래밍 원리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잘못 샀다. 서점에 가서 한 번이라도 훑어보았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지극히 개인적인 불평이지만, 책은 더럽게 얇은데 가격도 자비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원한 것 보다 훨씬 깊은 단계에서의 프로그래밍 원리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계산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포트란은 행 방향, C의 경우에는 열 방향 순으로 배열의 원소를 저장하니 그에 따라 루프를 구성하면 캐시미스를 줄여 연산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정도 수준의 깊이와 내용 정도?

하지만 책의 저자는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변수나 수많은 함수와 명령어가 어떻게 나왔는가에 대해 풀어쓰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전혀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역사 등을 통해 조금 더 그런 것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그를 통해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 것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히 재미있는 예시를 들곤 했다. 굳이 이 책의 강점을 꼽자면 저자가 대단히 많은 분야에 해박하고 프로그래밍 경험이 많아 이런저런 상황에 어떤 자세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 적절한 예시와 꼭 필요한 조언이 많기는 했다. (저자가 24살에 이학 박사 학위를 딸 정도의 수재고 그 정도 책 값을 냈으면 그 만한 조언은 해줄 수 있어야겠지.) 

아무튼 내가 원하는 것은 여기에서 얻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프로그래밍의 역사와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과학 계산이 아닌 요즘 흔히 쓰이는 의미에서의 ‘프로그래머’였다면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언어의 장단점을 확실히 익혀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선택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책의 두께 만큼이나 짧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내가 이 책에 걸었던 기대만큼이나 큰 후회와 긴 글이 남겨졌다. (이 책의 잘못이 아니라 단지 내가 책을 잘 못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프로그래밍 실력은 책 몇 권 읽는 것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통해 쌓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연애처럼 말이지. 연ㅇ.. 아니 프로그래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경험을 통해서 쌓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최소한 내가 쓰는 명령어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정도의 지식과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예제 하나씩은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실용성을 찾을 수 있겠다. 

대략 하나의 언어에 대해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보면 배울 점이 있을 것 같고, 두 세가지 언어를 꽤나 쓸 수 있는 사람이 보면 몇몇 부분에서 무릎을 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