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게이고의 장편 소설만 읽어 왔기 때문에 단편 작품은 새롭게 다가왔다.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의 매력은 끝까지 가봐야 결말을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중간에 범인으로 의심하게 하는 많은 단서들을 통해 범인을 일찌감치 유추해봤자 예상외의 결말을 그려내고 있어 끝까지 가봐야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권을 모두 읽을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된다는 것이 히가시노게이고 소설의 특징이다.

그에 비해 이번 단편 작품들은 결말을 금세 알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의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단편들 역시 결말마다 놓여 있던 반전의 요소 및 메시지들이 흥미를 자극했다. 또한 히가시노게이고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쉽게 읽힌다는 점은 이 책에서도 역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일단 다루고 있는 소재가 일상적이다. 도로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었는데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더 실감나게 읽혔던 것 같다. 일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본 단편집에는 여전히 특유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깔려 있다. 피해자로 보였던 인물이 오히려 가해자인 상황, 범인을 잡기 위해 피해자가 사건을 만들어내는 상황, 의도치 않은 계기로 범인을 잡게 되는 상황 등이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었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세상 어디에서는 뉴스에 나올 만한 다양한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진실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일 수도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혹은 진실이 가려진 채 남아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건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고, 또 나와 관계없을 때는 단순한 일개 사건이지만 나와 관계가 생기면 무게감이 엄청 커짐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와중에도 나쁜 짓을 하면 편히 살 수 없다는 교훈 비슷한 것을 전달하는 것도 같았다.

물론, 생각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일상에 재미를 주는 소설을 창작해 내는 히가시노게이고의 필력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