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에서 언급되는 기사들 중에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학교 폭력, 왕따, 성폭력 등의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일 등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어야 했을 법한 그런 일들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아마도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학교 안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학교. 그 안에서 우리는 20대 전후까지의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많은 이들은 말한다. 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라고. 하지만 이렇게 외쳐대는 이들에게 있어 교육은 크리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굳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찾자면, 아마도 자신의 자식들과 관련된 교육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이 소설은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 속 학교는 현실의 학교와 매우 닮아 있다. 여러 학교에서 펼쳐지는 모순들을 세인트오즈월드라 불리는 학교 안으로 모아 놓은 듯하다.

무단출입 금지/ 명령에 의해/ 여기서부터는 관계자 이외의 출입을 금함.

이 학교 앞에는 이러한 푯말이 박혀 있다. 그리고 그 푯말에 시선을 두고 있는 한 아이의 시선과 생각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서평을 쓰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소설의 내용을 밝히는 것이 예의라 생각이 들지만, 이 소설은 내용을 밝히게 되면 재미없는 소설이 되어 버린다. 특히, 주인공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할듯하다. 독자가 글을 읽어나가며 주인공의 정체에 대해 파헤쳐 보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책의 전반부를 읽을 때는 조금 혼돈되는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좀 잘못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인데 ‘나’라고 언급되는 사람이 초반에는 모두 다 같은 인물이라 생각하고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그렇게 읽다보니 이상하게 읽히는 것이었다. 앞뒤 연결도 이상하고. 그래서 다시 보니 이 소설은 체스 게임과 연결되어 있다. 체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서 소설을 읽는 데, 좀 아쉬움이 있다. 이 소설은 흰 말과 검은 말이 주도하는 두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이름 중 일부가 체스 말의 이름과 닮아 있다. 이야기는 두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각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나’라는 대상은 서로 다른 인물이다. 한 사람은 세인트오즈월드를 지키려고 하는 대상이며 한 사람은 이 곳을 파괴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한 인물이 젠틀맨이라면, 한 인물은 플레이어다. 젠틀맨으로 등장하는 중심인물은 정체를 언급해도 무관한 인물로, 이름은 스트레이틀리. 33년째 학교에서 라틴어 교수로 있는 인물이다. 많이 늦긴 하지만 주인공의 정체를 가장 먼저 파헤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세인트오즈월드 같은 곳에서는 화재경보기나 감시카메라가 아니라

두터운 허세의 벽에 의해 보안이 유지된다.

아무도 교사를 파멸시키려 들지 않으며, 아무도 학교를 무너뜨릴 생각조차 않는다.

왜? 사람은 누구나 권위 앞에서 본능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권위에 대한 두려움은 무언가 일을 꾸미다가 발각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훨씬 능가한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전개는 세인트오즈월드로 다섯 명의 신참 교사들이 오게 되면서 벌어진다. 그리고 겉으로는 평온하게 보였을지도 모르던 학교의 중심을 흔드는 일들이 발생한다.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이 생각하고 도전하는 바는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플레이어가 학교의 심장부를 향해 돌진하면서 그의 눈에 비춰진 학교의 부패한 부분들. 더 크게는 사회의 모순되는 부분들이 독자의 눈에 보여 진다.

 

단순히 추리 소설, 범죄소설이라고 언급하기에는 소설 속에 현실에 대고 하는 이야기가 가득히 자리 잡고 있다. 가난과 부를 대표로 해서- 처음부터 시작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 사춘기 시절 겪어야 하는 특별한 성장통,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한 학생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않는 어른들, 전통, 늙음, 고리타분한 것은 뒤로 물러나게 되는 흐름, 학교를 지키기 위해 오고가는 돈, 권위와 허세 등. 체스 판의 두 말의 주인공들이 정확히 마주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 속에서 갖가지 문제들이 드러난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하는 궁금함이 계속 따라다녔다. 복수 때문이라고 정의를 내리더라도 무엇을 위한 복수인가라는 의문이 이어진다. 친구에 대한 복수. 하지만 친구의 어깨에 닿은 손을 생각한다면, 친구에 대한 복수로 이런 일을 벌였다하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세상이 넘을 수 없다고 만들어 놓은 선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정해 놓은 체제를 넘어보고, 흔들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답을 내려 본다. 그리고 이러한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열두 번째 선수를 보게 했다. 열두 번째 선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 가난으로 애초부터 넘지 못하는 선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 권위와 허세에 묻혀버린 자유와 같은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Regard. 영어로는 존경과 찬탄의 의미가 담겨 있고,

프랑스어로는 그냥 ‘보다’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그것-보여지는 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

언뜻 보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젠틀맨’과 ‘플레이어’의 이 게임에서

열두 번째 선수가 되는 것! 투명인간에게도 그림자는 있다. -본문 중-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과연,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와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변해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을 생각하며, 밖에서 들리는 십대들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해당 서평은 문학동네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으며,

서평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