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복잡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한번 읽어보고 서평을 쓰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말이야? 라고 질문한 적이 많았다. 뒤에 일어날 일을 예측해 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무슨 일인가 한참 멈춰 있어야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이런 경험을 했다. 한동안 읽었던 책들은 나를 멈추게 하기보다는 책속으로 빠져 들어가 끝까지 내리 읽어내도록 했었다. 그냥 빠져들어서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고 아파하고 화내고. 그랬다. 그런데 이 소설은 감정보다는 해석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냥 빠져 들어서 읽기에는 내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 처음 읽었을 때는 단순히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인가 싶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어려워졌고,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하지만 대충 어느 정도는 그래도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랬다고 믿고 싶다. 이 책에는 7가지의 도시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각 이야기들은 서로 독립적이다.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라스베가스 등 각각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모두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 면에서 연결되는 것도 없고, 흐름도 뚝뚝 끊어지고. 너무도 다른 특이한 사연들을 가지고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읽다 보면 각각의 이야기들이 어딘가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각 이야기들 속에서 등장하는 하트 브레이크 호텔. 이 호텔은 소설 속에서조차 실존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이들은 하필 이 호텔로 모여들었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경험한 일들은 죄다 현실을 넘어서 내 상상조차 넘어선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이 호텔에서는 머리를 뒤 짚어 놓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장난을 치듯, 여기서의 일이 현실이었을지 꿈이었을지 착각하게 만드는 기이한 일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 추측해보자면, 일단 작가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소설이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가지고 놀 수 있을 테니까. 현실에서 순차적으로 앞으로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는 불가능했던 사랑이 소설 속 시간에서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앞으로만 흘러가기에 내가 살아왔던 날들에서, 만났던 관계 사이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비워둔 채로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무엇인가 잃어버렸다 싶긴 하지만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로 묶여 있을 때 그러한 일들은 더욱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누군가를 만나 놓쳐 버린 그 무엇을 조금 더 채워 넣고 돌아온다면, 다시 흐르는 시간의 결말은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단 한 번의 과거로의 회기로는 불가능하다. 몇 번을 반복해 되돌아가면서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결말을, 내가 알고 싶었던 진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작가의 이름과 동일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인물 또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핸드폰을 넣어둔 채로 고통스러워하면서. 그 사람과 여 주인공의 대화를 읽다보면 소설이 가진 매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 누군가의 선택을 조정하고 그래서 그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 그에 의해 바뀔 미래까지도 창조해 낼 수 있는 공간.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욕심을 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한 번의 독서로 완성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읽으면서 나의 지나온 사랑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때 그랬다면, 만얀 내 선택이 이랬다면, 우리 만남의 결말은 다르지 않았을까. 헛된 꿈을 꾸며 즐거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예담에서 무료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더불어 서평 내용은 독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소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