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 아래 친환경 주택과 우리 고유의 음식이 각광받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건강에 대한 정보들을 보면, 식단의 서구화로 밥상에서 밀려나던 나물, 김치, 잡곡 따위가 우리 몸을 위해선 최적의 식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저 맛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빵과 과자, 고기류의 해로움이 알려진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우병과 유전자 농산물의 해악이 상식화되면서 우리 밭에서 나는 국산 채소의 값어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한때 빵순이라 불렸던 나도 요즘은 집에서 제빵기로 만들어먹는 식빵의 맛에 만족하고, 좋아하던 고기도 이런저런 이유로 멀리 하고 있다. 이렇듯 붉은 고기류를 멀리 하고 유기농 채소를 가까이 하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번져나갈 것 같다. 그 속도는 느리다 할지라도.

저자인 윤혜신 씨는 전문적 작가가 아닌데도 글을 참 잘 쓰신다. 글이 맛깔나다고 할까? 우리 먹거리와 생활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잘 조화되어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요리책으로 분류가 된 책이 아니라서 요리법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가끔씩 소개되어 있는 전통음식의 레시피들이 반갑다. 한식집을 경영하고 있으면서도, 레시피를 숨기지 않고 공유하는 이유는 좋은 먹거리와 우리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도시에서 40년을 살다가 시골로 내려가 한식집을 연 저자의 자연 친화적 삶이 참 부럽다. (책에는 '밥집'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진에서 본 식당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여 밥집이란 표현을 쓰기가 어색하다.) 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를 수확해 먹고, 심어놓은 보리가 바람에 일렁이는 소리를 들으며 해마다 종류별로 피는 꽃을 보는 삶, 그 뒷면에는 바쁘고 건강한 노동의 삶이 존재하겠지만 훗날 꼭 살아보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밥집까지는 운영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텃마당에서 채소를 가꾸고 층간소음 걱정없이 쾅쾅 걸으며 돌아다니고 싶은 이 마음.

저자의 가족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시어머니, 어머니 등 모든 분들이 우리 음식에 나름대로의 고집과 철학이 있으셨던 분들 같다. 마가린과 왜간장은 몸을 상한다고 절대로 먹지 못하게 했던 아버지, 된장 항아리에 참외, 오이, 수박 등을 박아넣어 맛깔스런 장아찌를 선보이셨던 할머니 등 내가 어릴 때 체험해보지 못한 정경이 참 푸근해보인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재료 고유의 맛은 식감을 되살아나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어머니는 요리할 때 조미료를 많이 쓰시는 편이라서 난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결혼한 후 내 식대로 음식을 만들다보니 국물용 멸치와 다시마만 있으면 웬만한 맛은 절로 났는데, 그새 내 입맛이 조미료가 주는 익숙함에서 벗어나서인지도 모르겠다. 표고버섯가루, 새우가루 등 여러 가루를 준비하고 사용하는 집은 더 풍성한 맛을 내겠지만, 난 그저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 맛에도 만족한다. 요즘은 국물용 멸치를 한 박스 사면, 조미료 치지 말고 멸치로 국물 내시라고 어머니께 한 봉지를 싸드리곤 한다.

읽으면 미소가 떠오르는 '착한 밥상 이야기'는 정말 착하게 밥상을 차려내고자 하는 주방에 선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