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계절'은 문학동네에서 청소년 문학 시리즈로 선보이는 '원더 북스' 의 일곱 번째 책이다. 첫 번째로 나왔던 '해질녘의 매그놀리아'를 느낌 좋게 읽었었고 이 책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성장 소설은 아이에게 권해주기 위해 구입하기도 하지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대도 얼마든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여러 사건을 겪는 중에 마음이 훌쩍 자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모든 연령대에게 감동을 주며, 앞선 세대에게는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효과도 있어 그 매력이 남다르다.

소설의 배경은 1793년 필라델피아이다. 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병인 황열병이 필라델피아를 강타했던 당시의 의료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피를 뽑는 잘못된 의료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마땅한 약이 없는 것은 물론이었다. 요즘처럼 통조림이나 가공식품 따위의 저장식품이 많았던 시절도 아니어서 전염병으로 농부들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자 사람들은 굶주림의 이중고까지 겪어야 했다. 열악한 의료환경을 틈타 대책없이 몰아붙이는 황열병을 피할 좋은 방법은 없었다. 기대고 의지할 곳도 없이 스스로를 자력으로 지켜야만 했다. 마틸다는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는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평범하게 살던 소녀였지만, 가게일을 돕던 친구 폴리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병으로 사망하고 피난길에 오르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실제로 황열병은 당시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10%에 해당하는 5천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한다. 소설은 이러한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져서 더욱 현실감있게 읽힌다. 로리 할츠 앤더슨이란 작가는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책을 한번 잡으면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사건을 흥미롭게 전개시켜 나간다. 산업혁명이 태동하던 시기에 해당되지만 아직은 버터를 직접 만들어먹을 정도의 여유가 있었던 시절, 농촌과 도시의 중간 정도로 느껴지는 풍경에 사뭇 고즈넉한 과거의 풍미가 연상되기도 한다. 소녀의 풋풋한 마음을 담아 친구인 너새니얼을 은근히 좋아하는 감정의 표현도 상큼하다.

열병을 피해 다른 곳으로 피난하다가 마차에서 쫓겨나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틸다에게 황열병의 증세가 나타난다. 혼수상태에서 병과의 싸움을 하는 동안, 마틸다를 찾아 떠난 엄마와의 연락은 두절되었고, 뒤늦게 돌아온 커피하우스는 도둑의 방문으로 엉망이 되어 있다. 커피하우스의 어린 주인으로 당당히 서기 시작하는 마틸다의 성장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홀로 남는 시련을 거치며 더욱 굳건해진다.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황열병이 서리가 내린 찬 바람과 함께 잦아들기 시작할 무렵까지 읽고 나니, 책을 읽는 내 마음도 함께 동화되어 안정감과 행복감이 느껴졌다. 고양이 사이러스의 몽실한 감촉과 단란한 커피하우스의 커피향을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일어나 치맛자락에서 게으름을 탁탁 털어냈다. 하루가 시작되었다.--(p 344)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마틸다에겐 바쁘고도 활기찬 하루이고, 험난한 여정을 겪고서야 되찾은 평온한 일상의 시작이다. 
커다란 풍파를 겪고 난 뒤의 희망을 보여주는 책.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