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님의 책을 그리 많이 읽진 못했지만, 그는 내가 좋아하는 분이다. 최근 가끔씩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명쾌한 말로 쓴소리를 할 곳에 쓴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아래로 향하는 쓴소리는 누구나 거리낌없이 할 수 있지만, 위로 향할 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누구는 입을 막고, 누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식으로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곳을 이용하기도 한다. 뭐,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다들 자신들의 밥벌이는 소중할 테니까. 그런 와중에서도 꼿꼿이 할 말을 하고 계신 이외수 님을 존경한다.

 

이 책은 2001년에 나온 책을 다시 재편집한 개정판이다. 작년에 읽은 '하악하악'이 그랬듯이 인터넷 용어나 신조어의 등장, 때때로 무너지는 맞춤법 체계는 이 책에서도 발견된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읽다 보면 적응이 된다. 단지, 원작이 오래 전에 나왔던 작품이어서인지 신선함이나 감각은 '하악하악'보다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내용의 심오함이나 깊이는 이 책이 좀더 깊은 듯하다.

 

'외뿔'은 '이외수 우화상자'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짤막한 글과 그림의 합집합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길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에서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런 일관성 없음에 아주 약간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정신이 산란한 현대인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려면 페달 밟아 가는 정직한 자전거 선수처럼 하나의 길을 죽 따라가는 단순한 구성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따라가는데 양 엎에서 폭죽 터뜨리는 것과 같은 정신없음에 마음이 살짝 지쳤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것은 우화집을 장편소설처럼 읽으려고 했던 까닭이었던 것 같다. 책을 다시 펼치고 아무 곳이나 읽으면, 이외수 님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은근히 둘러 얘기해 깨달음을 주는 내용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가장 뇌리에 박힌 말은 '어디로 가십니까.'이다.

이 질문의 깊이가 그토록 깊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닿는 마지막 종착점은 어디인지, 방향은 잘 잡고 들어선 것인지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야 할 말, '어디로 가십니까.'

다른 이에게 묻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묻고 평가해봐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