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살기시작한지 5개월째이다. 둘째딸같던 잉꼬새를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낸 후 1년을 넘긴 시점에서 겨우 시작한 고양이 임시보호였는데, 한 번의 입양이 좌절된 후 임보보다는 입양이나 다름없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정도 들어버렸고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내면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물론 너무나 좋은 사람이 성심껏 잘 키워준다면야 안심 푹 놓겠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가 그리 쉬운 건 아니다.

태어나서 처음 고양이를 키워보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한번 버림받고 보호소에 보내졌던 아이라서 경계심이 대단했고 덤비기도 잘 했다. 특히 밤만 되면 사나워져서 여름 내내 공포의 밤을 보내야만 했으니, 마치 야생동물과의 동거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가 고양이의 발톱과 이빨을 두려워하는 만큼 고양이도 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내가 때리기를 했나, 밥을 굶겼나, 원인이 뭘까 생각하다 보니, 알 수 없는 과거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고양이를 보면 유난히 더 많이 웃었고, 사랑 표현을 많이 해줬다. 그리고 고양이가 먼저 이유를 알 수 없는 경계의 눈빛을 보낼 때면 외면하고 무관심한 척 했다.

그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바라보는 눈빛에 신뢰, 믿음..뭐 이런 종류의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고, 눈만 마주치면 마징가 귀에 동공 확장을 하던 아이가 이젠 조신하게 눈빛을 맞춘다. 사람만 고양이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고, 고양이도 사람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였다.

그동안 고양이의 습성을 알기 위해 고양이 카페를 들락거리며 관련 상식을 늘려왔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했던 점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이 만화는 그냥 웃긴 만화가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100% 동감하며 무릎을 치게 될 리얼 스토리이다. 고양이와 함께 산 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한 번의 발정기를 겪었고 중성화 수술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쳤으며 결막염과 방광염, 예방접종으로 인해 동물병원도 자주 방문했다. 그 모든 경험과 과정이 이 책에도 군데군데 나와 있어 경험을 공유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배꼽 잡으며 웃다가 또 울고...누가 보면 미친 줄 알았을 거다.

누가 그랬던가? 고양이의 눈 속에 우주가 있다고. 예전엔 날카로운 고양이 눈이 무서워지만, 지금은 신비롭기만 하다. 삼각형을 거꾸로 세운 코랑 시옷자 형의 입매도 너무 사랑스럽고, 시크한 애교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걱정이 늘었다.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겨울의 추운 날과 눈오고 비오는 날이면 조바심이 난다. 추운 날 밤이면 어디서 어떻게 추위를 견디고 있을까 걱정이 되고, 궂은 날씨이면 사료를 주기가 힘들어져 걱정이 된다. 이럴 때면 고양이의 세상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며 사는 수밖에.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보다는 나와 같은 초보 집사들이 가장 좋아할 책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의 마음을 좀더 잘 이해하게 되어 유용한데다가, 함께 살고 있는 만큼 만화의 묘미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양이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거리의 길냥이들이 좀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