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고아가 된다.

어린 시절이 지나갔다고 해서 부모를 잃는 일이 상처를 적게 주지는 않는다.

부모가 아직 곁에 있다해도 미래에는 떠나게 되어있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죽음이 그렇듯 부모의 죽음도 멀리 있는 일,

사실상 상상 불가능한 일처럼 여긴다.

삶의 파도에 휩쓸리다보니, 혹은 알기를 거부하는 마음 때문에,

그들이 언제까지나 죽지 않고 우리 곁에 있어 주리라 믿고 싶은 욕망때문에,

부몬의 죽음은 설사 질병이나 노쇠를 통해 예고되었다고 할지라도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속ㅇ에

은폐되어 있다가 갑작스레 닥쳐와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본문 중 -

 

 

시작부터 표지만큼이나 잔잔하게 시작된다.

빈 의자가 창가에 있고, 그 의자 위로 빛이 잔잔하게 들어오는 표지..

그만큼이나 잔잔한 시작에서 왠지모르게 경건해지는 느낌마저도 들 정도였다.

 

내용은 무거우면서도 많이 무겁지 않은 느낌의 책이고,

우울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듯 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책이였다.

 

나 역시 인정하고 싶지 않고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삶을 살게 될 거란건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앞에서 말했듯이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는 참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 같다.

어릴때는 홧김에 혹은 정말 내 멋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부모님이 없었으면-'라는 나쁜 생각을 한번쯤은 하곤 했다.

하지만 그냥 그건 생각이였을 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아니였다는건 커서 누구나 다 알지 않을까 싶다.

 

제목이 수런거리는 유산들-이라는 점이 참 홍미로웠다.

왜 마음이나 내 자신이 아니라 유산들이 수런거린다고 말했을까-

남은 가족들과의 불화때문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했던 제목이였다.

 

하지만 작가는 외동딸이였고 나눌 필요 없이 부모의 모든걸 다 물려받았다.

참 의외로 그래서 작가는 더 힘들어했다. (책을 읽어보고 나니 힘들어했을 수 밖에 없기도 했겠지만)

어쩌면 나와 조금 다른 사고 방식을 갖고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럴찌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유언장이 없이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것들.

만약 살아계셨더라면 나에게 이걸 물려주셨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통해서 부모님을 더 알아갔고, 이해해갔고 함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1부에서 부모님의 집을 비우며 책을 한권 쓰고, 2부에서 부모님의 연애 편지를 2년간 정리하며

자신이 태어나기 전 부모님(온전하게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보고 느끼게 된다.  

 

내가 2부에서 느낀 부분은 -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나를 위해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분들만의 삶을 살기 위해 있는 존재라는걸 인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여기서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작가의 부모님이셨다.

하지만 두분 다 얼마전에 읽었던 '굿바이 안네'의 책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었다.

정말 힘껏 살기 위해 애썼었고,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두분이 사는데 심각한 전쟁피해자의 모습이 덜했던것 같았다.

(물론 내가 느낀 부분은 내 관점이다보니 피해자의 모습이 덜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작가다보니 그래도 그 정도로 올바르게

부모님의 유산을 '이제 다 내꺼다!'라고 신나게 받아들이는 탕자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나에게 물려주려고 하셨을까?라고 고민스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뭔가 쉽지는 않은 책이였지만 마냥 어렵지만은 않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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