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안네와 아는 사이기도 했지만 아마 이 책의 제목은 유대인대학살로 가장 유명하고(?)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안네의 이름을 빌림으로써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전했다는 느낌을 준다.  

 

책의 저자인 베르테 메이에르는 네살때 유대인 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생과 둘이 살아남아 전쟁고아로 정신적 외상을 가지고 살아왔다.

 

책의 내용은 전쟁에 대한 큰 상처를 드러나게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단지 그녀가 겪고 있는(겪었던) 혼란을 통해서 전쟁에 대한 상처를 말하고 있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양 손목의 바코드는 참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

유대인들이 수용소에 들어가서 팔에 숫자를 새겼다고 했던걸 빗댄건가 싶다.

그때는 숫자로 썼지만 지금은 바코드로 스캔하면 모든 숫자를 읽기때문이 아닐까.

 

주먹을 꽉 쥐고 바코드를 드러내고 있는 양 손은 아픔을 아직도 놓지 못한 채 쥔 느낌이고

손이 나이든 사람이 아닌 어린 손이라는 점에서 아직 내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표현하는게 아닐까 싶다.

제목에 걸쳐져있는 철조망은 과연 밖에서 안을 보는 모습일까, 안에서 밖을 보는 느낌일까.

 

책의 저자는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겪었지만 기억을 잘 하는 편이였다.

난 개인적으로 어릴 때 일들이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 편이다보니 신기했다.

아마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일까...

 

전쟁을 겪었어도 충격이 컷을텐데 수용소에서 모두 말살하려는 계획으로 사람취급을 하지 않았던 일을 겪었으니

어릴때 일이지만 그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모든 시간에 걸쳐서 그 시간 속에 고통이 아직도 그대로 묻어나있다.

 

나중에 뒷 부분에 '병치레'라는 부분에서는 그녀가 여지까지 겪어온 고통의 시간이 보인다.

차트를 써도 끝이 없는 병명들과 증상들. 그리고 그녀가 먹는 약은 세페이지에 걸쳐서 써져있는데

보는 내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끽해야 약 종류 많이 먹어서 열종류 먹어본 나는 세발의 피였다라랄까..ㅋㅋ)

 

아마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들이 계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전쟁을 겪었고, 유대인만큼 심각했던 일제시대를 겪었어서 고문이라는 것도 많이 당하셨었고..

전쟁에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며, 유신정권때 고문당하고 삼청교육대 등등...

아마 저만큼의 고통을 여전히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가해자들 역시 살아 있는 세대가 우리나라에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글로 내가 당한 고통을 풀어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보며 같은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게 대단하다고 감탄하게 되고,

이런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