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억울한 강제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나마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 가고 개척할수 있는 내가 처한 지금의 현실이 오히려 행복함을
반어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강제수용소의 부조리한 지시와 이기주의로 가득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보면서 군대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사회와 괴리시키기 위해서, 쓸데 없는 부조리한 일들을 시키고, 명령에 죽고
사는 그런 조직생활이 끔찍하게 싫었기 때문에, 수용소 생활과 거의 다를바 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주인공 처럼 향수에
시달리기도 했다..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잔악한 폭언과 폭행이 난무하는 내 기억속의 군대는
강제 수용소와 동급의 느낌이 든다..내가 알기로 강제 수용소의 가장 잔인한 고문은 러시아의 얼어 붙은 땅을 곡괭이나
삽으로 파서 일구는 일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파도, 반응 없는 땅을 파다 보면, 사람이 결국 지쳐서 죽어간다고 한다.
인간은 어떤 결과물에 대한 성취의식을 바라는 동물인데, 그런 결과물이 없을때 자신이 무쓸모한 존재같이 느껴지고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간다는 것이다..강제노역과 석탄 방문 판매원 생활을 하면서, 아침에 배급받는 빵 한조각과
수프 한접시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아껴 먹고, 길가에 있는 들풀이나, 들개를 먹을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극한의 한계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고군분투 할수 밖에 없음을 충분히 느낀다.
그리고, 먹다가 남긴 빵 조각을 훔쳐 먹은 동료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로 반죽음이 될때 까지 집단 구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한편으로 공감도 되지만, 연민도 느껴진다..빵 한조각과 배고픔 앞에선 그 누구도 성인이 될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끈질기게 생존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무기력하고, 아무 보람도 찾을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 나름의 생존목적과 고향에 대한 간절한 바램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살아 남아 무사 생환한다는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많이 증명된 사실이다..
하루 하루를 감사하고, 웃을수 없는 상황에서도, 웃으며 생활했던 나찌 가스 수용소의 유태인 죄수가 거의 대부분이
다 죽은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에서 끔찍한 수용소 생활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극도로 감정이 배제된채
마치 관찰자적 입장에서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이 오히려 더 끔찍함을 주는 것 같았다..
석회반죽에 빠져서 머리부터 몸 전체가 서서히 잠기면서 익사(?)하는 장면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그것이 자살이건
아니면 발을 헛디뎌서 실족사한 것이건 원인을 알수 없지만, 구조할 생각도 없이 그냥 바라만 보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인간성이 완전히 피폐했음을 보여준다..배갯속에서 갓 태어난 생쥐를 주인공이 무사히(?) 감시를 피해서
간이 변소 구멍에 빠뜨려 죽이는 부분에선, 먹을것 하나 풍족하지 않은 수용소생활에서 친구로 삼으며 위험을
감수 하느니, 그냥 죽음을 선물하는 게 낫겠다는 주인공의 생각이 읽혀진다..
정신장애를 가진 등장인물 `경비원 카티`에게만은 인간이 가진 양심을 지키려고 무언의 약속을 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깊다..앞으로 자신이 저지를 온갖 해악들을 회개하기 위한 일종의 도피구이자 고해 성사를
위한 역할이라고 본다..
온갖 험난한 생활을 마치고, 결국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부분은 대단히 감격적이다..비극적인 엔딩이 아니라
모든 고난을 극복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나 소망을 잃지 않고, 지켜낸 자의 무사생황이라 마치 승전을 마치고 개선문을
통과한 위대한 전사같은 느낌이 함께 하는 부분이었다..

p.s: 2차대전에서 많은 유태인들을 살상했던 독일인들이 (비록 그들이 무고하건 안 하건 간에..) 수용소생활을 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똑같이 당해 본다는 점에서는 인과응보적인 측면이 들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어떤 민족을
      초월해서, 똑같이 아픔과 배고픔을 느끼는 동물이라 생각된다..같은 독일인의 입장에서 비참한 이런 생활을
      적은걸 보고, 전쟁을 일으켰던 독일인이나 일본인들이 좀 반성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