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마지막 일주일을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첫번째 해외여행이었던 그 때의 기억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나처럼 그냥 앙코르왓이나 톤레삽호수만 보고 오는 사람은
관광지 근처에서 조잡한 물건을 팔거나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고
그냥 측은하다.. 정도만 생각했을테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사람들(12명)은 대개 어떤 봉사활동으로 캄보디아(주로 시골)에 왔다가
그곳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밝은 얼굴, 캄보디아의 자연에 매료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제대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아이도 없고, 학교도 일하느라 못가고
전기도 없고(당연히 냉장고나 텔레비전도 없다)
오로지 옷 두 벌과, 햇볕만 가리는 천막집, 그날 그날 먹을 양식만 겨우 갖추고 살면서도
자기 것을 나눌 줄 알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며, 처음보는 이에게도 웃어줄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그곳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충격스러웠나 보다.
이곳에선 당연하기만 한 것들이 그곳에선 너무나 소중하고 절실한 것이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의 식사도, 먹고 남은 음식을 보관할 냉장고도,
돌뿌리에서 우리 발을 보호해 줄 신발도, 아플때 언제든지 찾아갈 병원도
거기에선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캄보디아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땐 온 세상의 걱정을 다 가진 듯 슬픈 얼굴이었다가
관광객들이 근처에 지나가면 금새 환하게 웃으며
(당시엔 그게 억지 웃음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게 그들의 원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가와서 "1딸라 1딸라 천원 천원" 하며 따라다니던 모습이 전부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캄보디아의 진 면목은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저자가 캄보디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어느날, 캄보디아라는 간이역에 내렸다>
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먼저 이야기하고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12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을 기록하였다.
12명의 봉사자들 중에는 25세부터 55세까지 의사, 간호사, 선생님 뿐아니라 무료급식봉사자
목사(우물파주기사업), 자동차정비사 등 다양한 기술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소개하였다.

한국의 삶을 떠나 캄보디아에서 몇년씩 봉사활동을 하는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보았을 때 캄보디아에서 보낸 몇년이 가장 값지다고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며, 과감히 결단하고 떠난 그들이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덧붙여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코이카(국제협력단, KOICA)라는 단체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2년 단위로 개발도상국가에 봉사단을 파견하는 외교통상부 산하의 정부출연기관인데
호기심에 홈페이지에 들러보니 지금 2008년도 5차 해외봉사단을 모집한단다..
거의 모든 전공에 걸쳐 봉사단을 모집하니 관심있는 분은 한번 쯤 훑어 보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