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의 작품 위에 만티니가 덧그림을 그려 교묘히 유출된 후 작품의 행방이 묘연한 그림을 찾기 위해 교회에 들어갔다 잡힌 청년은 그 그림이 이미 팔렸다는 것을 알게된다. 전반부에서 사건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서 대체 얼마나 많은 내용이 들어있는 거야. 라며 시작부터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라파엘로라는 거장의 그림을 통해 부와 권력, 명에, 학식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국 두 건의 살인이 일어나고나서야 해결된다. 그리고 청년은 명확하게 그림의 출처와 행방까지 밝혀낸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한동안 그림이 소설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나는 새로 나온 책들에서 화가들의 이름이나, 혹은 작품의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소설을 쓰는 데도 트랜드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최근엔는 살짝 시들해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호흡이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으면서 늘어지지 않는 적절한 숨고르기의 소설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그림을 공부하고 싶어질 정도로 매혹적인 소설. 사실은 추리소설의 느낌을 받아서 읽게 되었는데 추리의 즐거움보다는 지식을 쌓는 즐거움이 더 컸던 듯도 하다. 라파엘로라는 거장. 그리고 그림에 목숨을 걸 수도 있는 그 사람들의 열정. 나는 갖고 있지 않아서 부러웠던.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