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아리며'를 읽고 청소년 문학을 소개할 때 이 작가의 글을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서관을 돌아다니다가 그 작가의 다른 책. 바로 '기억전달자'가 눈에 띄였다.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면서 집어들었는데, '별을 헤아리며'와는 전혀 다른 작가의 상상력이 시작되는 책이었다.

뉴베리 상이라는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현실에 없는 어떤 직업에 대한 이야기다. 이 직업이 있는 마을은 모든 기억을 한 사람에게 지운 채 모두 과거의 기억들이 없는 상태로 살아간다. 사람들은 정해진 삶을 산다. 색깔에 대한 기억도 사랑에 대한 기억도 없다. 흑백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정해진 곳에 맡겨져서 정해진 직업을 갖고 정해진 사람과 살며 정해진 아이를 받는다. 대신 고통이나 아픔, 시련 등 모든 부정적인 기억들도 없다. 전쟁도 없고 도전도 없다. 기아나 가난도 당연히 없다. 행복할까.

그들의 이상적인 상태는 '늘 같음 상태'이다. 행복할 가능성이 차단당한 대신 불행할 가능성도 없는 이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한 유일한 '같지 않음' . 그것이 바로 '기억전달자'인 것이다. 이들은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기억'을 활용한다. 그들이 마을의 어려운 일을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조너스'는 이 직업을 명령받고, 그래서 이를 위해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색깔을. 고통을. 모험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는 이러한 '같지 않음'을 견딜 수 있게 되었을까. 아니다. 그가 견뎠다면 소설은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모험'을 선택했고. 이후 그 마을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독자의 판단을 요구하며 유보되어 있다.






기억전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