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쉽게 금방. 읽고 싶어서 집어 든 책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시작부터 왕따가 등장한다. 그래. 왕따. 그건 정말 오래된 소설의 소재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그런 류의 청소년 소설을 한창 보던 때여서 그랬겠지만. 청소년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지. 아니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던 소설이라고 해야 좋을지. 처음에는 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 가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도 하고. 그리고 결국은 아무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소설 속에서 소설 이야기를 집어 넣거나 그 소설의 이야기가 현재 이야기에 의미를 갖게 하거나 대화의 내용을 명확하지 않게 처리하거나 마치 초현실주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논리가 흩어지거나 하는 여러 방식이 사용된 소설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읽고 난 후 마음에 남는 게 없었다. 의문은 끊임없었으나 결국 허무하고 결론을 내렸지만 부족했다. 소설이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전없는 소설이라는 새 장르가 생겼다고 해야할 것 같은 소설이다.

신기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인지. 박민규의 소설을 몇 권째 읽고 있었던 나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주었던 소설이었다. 읽은 후에 느낌을 적으려고 펜을 들었는데 생각이 안나 당황스러운 그런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그의 작품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은 그의 시원시원한 문체와. 또 재빠른 이야기 진행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