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하다보면 꼭 나를 휘청이게 하는 위기와 혼란이 아니더라도 -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나날속에서도 힘들고 지칠때가 있다. 이럴때 사람들은 여행으로 혹은 친구나 가족에게 위로받는 등..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편안한 안식과 위로를 건네는데, 저자는 박물관을 찾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인것같다. 
사실 책의 제목만 보고, 뛰어난 예술 작품이나 고전 박물관이 등장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뒤엎고, 그녀가 찾은 곳은 연신 북적대는 유명 박물관이 아닌, 그저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지역내의 다양한 박물관들이다.
어쩌면 학생시절이나 팔팔한 20대청춘이였다면, 책의 내용들이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았을수도 있었을 법한 그런..평범한 박물관.
하지만 그녀와 같은처지(?)로 아이의 엄마, 한남자의 아내이고, 부모님의 딸인 위치여서 그런가..? 왠지 불어오는 얉은 바람에도 혼자 센치해져, 내 이야기를 받아주는 이 하나 없을것같은 그런 날, 스스로에게 말걸었던 중얼거림과 같이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삶의 이야기와 생각을 박물관에 진열된 물품들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문학은 시대와 인간, 인간 내부의 불화에 대한 가장 첨예한 발언일 터,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려면 내 마음부터 열어야한다는 듯, 사진속의 작가들은 제사상에 앉은 영정 사진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 비밀의 문이 문학이라던 어느 비평가의 말이 실감나는 광경이었다. - 한국현대문학관 P.29

돌.덩.이. 태초에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비바람에 시달리고 햇빛을 맞으며 세월을 견디던 그는 어느 날 손끝 야문 조각가를, 이름 없는 장인을, 또 어느 날 소원을 비는 아낙네를, 무료한 아이들을 만나 깨지고 어루만져지고 쪼이고 다듬어져서 세로운 인생을 시작했겠지  -세중옛돌박물관 P.100

내 사진첩 어딘가에도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몇 장쯤 뽀얀 그림움 속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사진이란 되돌아갈수없는 풍경, 그 그리움에 관한 것이 아닐까. 머무를 수 없는 공간, 붙잡을수 없는 시간. 그 사라지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의 기록을 위해 열려 있는 카메라의 눈은 어제도 오늘도 바쁘다. - 한국 카메라 박물관 P.108

긴 세월 뒤에 '이제는 돌아와 박물관에 선' 자물쇠와 열쇠들. 과연 그들의 주인과 그 많던 보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끝내 드러나지 않은 소중한 것들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위세와 권력과 상처와 분노. 아름다움과 슬픔은 가고 그 자리에 녹슨 자물쇠와 열쇠들만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 쇳대박물관 P.170

얼마전, 아이의 관람을 위해 우리 지역내의 박물관을 찾아보다 깜짝 놀란적이 있다. 일단 내가 어린시절에는 서울근교나 지방에 나가서만 관람하던 박물관들이 우리 지역에도 꽤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최근 신설된것도 있지만) 그것이 불과 몇분 거리에 있었다는 점도 아이 교육문제가 아니였다면 관심밖의 사실이였을것이다. 

각각의 박물관으로 가는 위치와 이용시간, 입장료, 휴관일, 관람료같은 친절한 소개를 잊지 않고 실어준 페이지는 참고할만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건 박물관 자체의 전시품 소개보다는 그 속에서 느낀 저자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풀어놓았던 점이였다.

친한 언니의 말처럼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만 본다. 
보이는것만 보는것일수도있지만 - 
같은 장소, 같은 전시품 속에서도 지난날 자신의 삶과 결부되는 그 무언가가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학창시절 단순히 과제를 위해 종이를 채우던 관람을 해왔다면 시간이 흐른뒤에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보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관람을 핑계삼아 나도 구경가봐야겠다..마음먹었었는데, 그 생각이 결심으로 굳혀진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박물관에 대한 편견이 깨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날과 지친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편안한 기운을 받을수 있는 장소에 '박물관'이라는 장소가 끼워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꽁꽁 언 땅이 녹고, 따사로운 햇살이 찾아오는
한가로운 어느날 오후 2시, 박물관 구경 한번 어떨까.,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