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표지의 소녀가 금방이라도 눈을 뜨는게 아닌가 긴장하기도했다 왠지 모르게...

첨엔 표지에 혹하고 읽은 후엔 드라마틱한 구성과 오페라적인 요소를 가미한 소설이라 즐거웠다 두꺼운 소설이라 읽는게 더디지않을까 했는데 내용이 흥미로와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아쉬운건 거슬릴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오자와 편집미스, 한 두개라면 이런말 안할것같은데, 좋은 작품의 흐름을 오자'로 깨고있다 스토리가 잘 짜여진 소설이라 흐름에 막힘이 없는데 멋진 글귀에 표시를 하는게 아니라 잊을만하면 나오는 오자에 표시를 해서 출판사에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한번 손을 봐서 책을 출판해야하지않을까 싶다

 

책의 느낌은 화려하고 극적인 오페라 극을 가슴 조이며 감상한 기분이다 잘 알지는 못하고 익숙치 않은 오페라 객석에 앉아 무대위의 오페라가수의 표정연기를 땀구멍까지 보며 감동받은 느낌이랄까 사각거리는 여인들의 옷자락과 정열로 분출되는 목소리의 향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연주자들의 표정과 유연하게 흐르는 지휘자의 온 몸의 연주를 듣고,보고 느낀 것같은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향수'의 짜릿한 흥분과 오페라의 유령'의 극적인 환타지가 더해진 잘 짜여진 스토리다

작가가 책의 모티브를 리하르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가져왔다고 하던데 중간중간 삽입되는 아리아의 구절들은 극적인 묘사와 연극적인 요소가 함께 구현되고있다  드라마틱한 점은 소설 중간중간에 바그너의 서신을 등장시켜 그 당시의 오페라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도 첨부하며 극의 긴장감과 영화를 보는듯한 구성이 엿보인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속의 장면을 그리면서 읽어서 그런지 내용이 내 머릿속에선 한편의 영화같다 무엇보다 책에서 눈을 뗄수없게하는 호기심을 끄는 구성들이 영화화를 해도 흥미로울듯하다

 

이야기는 루트비히라는 오페라가수가 죽음 직전 고해성사를 한 것을 세권의 노트'에 적어둔 슈테판 신부의 노트를 발견하는 현재의 화자 위르겐 신부에게서부터 시작된다 루트비히는 태어날때부터 소리의 신비를 알고 그것을 자신에게 모으는 힘을 갖는다 소리를 듣는것만으로 그 사람과 그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다  눈을 감고도 소리를 듣는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분위기,성격,마음을 알아챈다면 어떤 기분일까 자신에게 부여된 신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능력에 루트비히는 어릴때부터 음악학교에 보내진다 하지만 그 능력이 사랑의 정점일때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임을 깨닫는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의 소리'에의 열망과 인간의 나약한 정욕에 루트비히는 계속해서 희대의 살인자'로 살아간다  사랑의 소리'로 여인들은 정욕의 정점에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루트비히의 흔적은 깜쪽같이 사라진다 흡사 거세된 카스트라토의 목소리에 황홀경에 쓰러지는 귀족녀들이 떠오른다 여기에서 온몸을 정열에 내 맡기고 오르가즘의 끝에서 죽음을 맞는... 사랑의 묘약에 홀려 죽음의 고통도 잊고 죽어가는것같기도하다 희열이 고통을 잊게하는 아이러니한 구조다

결국,마법사를 통해 루트비히는 자신이 전설 트리스탄의 화신'이며 이졸데의 화신도 있다는 말을 듣는다 서로를 사랑할 운명이지만 서로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운명인 두 사람....!

 

루트비히는 묻는다 자신의 죄가 무엇이냐고'

당신의 죄는 당신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완전한 사랑'을 동경한다 사랑의 소리'에 취한 인간은 자신을 완벽한 존재로 사랑해줄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지만 그것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완전한 사랑이 죽음으로 대신되는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에게 완전한건 없다 완전한,불멸의 어떤것을 원하는 욕망'이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로미오와줄리엣의 사랑처럼 그 사람을 위해 독약을 먹고 그 사람 때문에 칼로 자신을 찌르는 사랑이 현실에도 있지 말란법은 없다

우린 그걸 순수한 사랑, 영원한 사랑, 비극적인 사랑'이라 부른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현실에도 사랑은 불멸의 언어'가 될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잔혹한 스릴러라기보다는 매혹적인 오페라를 온 몸으로 감상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