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때 범하기 쉬운 실수 중에 하나는 '성과 속의 분리'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세상활동은 그리스도인다운 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라거나, 혹은(최소한) 그리스도인다운 생활을 하게 만드는 '필요악' 정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바깥일(세상활동) 한다고 교회활동에 소홀해서야 쓰겠니?"

"교회활동부터 챙겨라."

이와 같은 표현 안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담겨 있는지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대개는 피상적이거나, 혹은 정녕 '성과 속을 분리'하는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활동을 세상의 활동과는 무언가 다른, 일종의 'something special'로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의식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구속받은 그리스도인은 이 타락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의 소유는 아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론이 나타나게 된 여러 가지 함의를 책 서두~중간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개혁이나 운동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종교개혁 시대 학자들과 그 이후 개혁파 신학자들의 사고를 가지고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그에 담긴 함의가 널리 회자되고 고민되기를 바라지만 그 중에서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이 내용들이 진지하게 고민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 누군가에게 '어떠한 재능'이 있는데, 교회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규제되어야 하는 경우

2. 누군가에게 '어떠한 재능'이 있는데, 그가 이것을 교회 안에서 어떻게든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 그런데 그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써, 남아 있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말미암은 아름다운 일반은혜의 결과가 특별은혜의 규제를 받아 '지혜롭게' 선용되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여기서 규제를 받는다는 말은 무언가 조항을 나누어 율법적인 모양으로 규제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성령의 법으로 말미암은 구속은혜가 나타나는지의 여부). 구속의 은혜로 말미암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둔 신자들의 모임인 교회라야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 있는데, 그 속에 교회답지 못한(여기서 교회답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이것이 '성과 속의 분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것들이 들어와 '은혜의 모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기 때문입니다(저자는 이것을 '기독교 ㅇㅇ'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있는 수많은 양태들로 표현합니다). 고로, 실제로 교회에서 나타나야 하는 모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혜의 수단'으로 둔갑되어 교회로 들어와 있는 모습을 '교회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교회 내의 지체들을 규제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나타나는 양태만을 보고 '이것을 옳고 저것은 그르다'라는 식의 이해가 아니라, 오히려 활동의 내면에 이에 대한 고민과 진지한 성경적 고찰이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짧게 줄인다면 이것은 '신학의 존재와 부재'의 문제입니다.

사실 호튼이 이 책의 내용을 더 깊게 풀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아쉬움이고,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은 단순히 '딱딱한' 신학서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평이한 듯 보이지만 이해의 깊이에 따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써 놓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면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찬반으로 나뉘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의 내용을 읽고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 우리가 '세상 속'에서 '신자 된 도리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