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역사학자라 이공계뿐만 아니라 역사학 분야에서도 서양사,현대사,고대사를 두루 공부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여러나라의 관계를 아우르는 저술이 가능한 분일 듯 싶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한나라의 역사(일국사)만 쓰거나 아니면 아예 한 시기의 역사만을 쓰는 것이 대부분이 데 비해 이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는 우리나라 주변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함께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할 때 다른 나라의 역사를 옆에 놓고 비교해서 보면 더 잘 볼 수 있다는 뜻에서 아마도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삼국지라는 이름이 붙었을 듯 한 이 책은 삼국의 역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도 보기 드문 역사책인 듯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는 일찍 등장하는 반면 일본은 한참이나 뒤에 등장하고 있다. 아마도 사료에 등장하는 일본은 늦은 시기에 모습이 보이며 그래서 일본의 국수주의 역사학자들은 구석기시대의 유물조작사건을 일으키는 열등감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보면 동아시아의 통치체제를 수립하는데는 공통점이 있다. 즉 하늘의 자손(천손)이라는 개념이다. 은(상)나라는 하늘의 자손으로 정당성을 얻어서 통치를 한다. 물론 고구려,백제,신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본은 아직도 여전히 천손,즉 천황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일찌감치 주나라때 은나라를 뒤엎고 나라를 세우며 하늘의 명령을 받았다는 천명사상을 내세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늦은 시기인 고려에 천명사상이 등장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왜곡의 뿌리가 사실은 고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중화주의적 세계관이라는 것도 이렇게 천자와 맞먹는 다른 지배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전세계 모든 사람이 천자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이 질서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보았다. 그들은 그래서 조공-책봉관계를 지배와 복속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의 황국사관이라는 것 또한 이러한 중화주의적 세계관의 복사판이다.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를 읽다보면 지금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역사의 문제가 조금은 이해가 되고 문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