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박사 자격시험에 떨어진 후

담당 교수로부터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은 종수.

자신을 둘러싼 견고한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방황하던 중,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두었던 청첩장에 쓰인 메모를 발견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출발점이다.

 

청첩장의 주인은 고등학교 동창인 수영.

그녀는 랄프 로렌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랄프 로렌에게 손목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 위해

종수에게 영작을 요청한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종수는 랄프 로렌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그의 삶을 추적하는 일에 매달린다.

종수는 아마도 공중에 떠버린듯한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그 작업이었을 것이다.

랄프 로렌과 조셉 프랑클의 삶을 추적해가는 그의 행적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랄프 로렌은 왜 야반도주를 했을까. 왜 시계를 만들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을까.

나 역시 궁금해하며 소설에 빠져들었다.

 

우리 나라 작가의 소설이라고 보기엔 독특한 면이 많았다.

우선 소재부터가 신선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흥미롭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신선한 느낌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