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이유는 당장 세 개나 꼽을 수 있었다.

하나. 컴플레이션에 가깝다. (당시 컴플레이션 앨범에는 지갑을 드물게 여는 편견이 있었다.)

둘. 자킷이.. 과다하게 유쾌하다..

셋. 그럼에도..앨범 이름까지 과다하게 유쾌하다..

우연히 음반이벤트를 하던 페이지를 지나가다가 한 곡 들었던 것인데, 두 귀를 단박에 사로잡혀버린 것이다. 반복해서 듣다가 바로 장바구니를 클릭. 평소 신중한 구매자란 타이틀을 대견해했던 나는 클릭에서 결제까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광마우스를 목격하고 말았다.

당시 들었던 음악은 joyful joyful이란 곡이었는데 (지금은 앨범 페이지에서 앞부분만 감질나게 들어볼 수 있다. 미리듣기라면 끝까지 재생시켜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곡 하나에서 난 내 성장과정과 다가올 밝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고, 그 주에 나를 화나게 했던 적(敵)을 용서했다. 또한 그 자리에서 성냥팔이 소녀로 변해가는 느낌을 받았다. 소녀가 성냥에 불을 붙이고 가득 담기는 이미지에 환희를 느끼다가 곧 꺼지면 다른 성냥에 불을 붙여 짧은 행복을 애써 반복하던 장면, 바로 내가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재생되는 동안 아롱거리는 꿈에 취하다가 다시 돌려 아롱거리기를 반복, 과연 joyful이란 단어가 두 번은 반복 되어야 적절한 제목이라 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그리고 귀에 익은 대니 보이 같은 음악들이 아주 유쾌하게 엇박자로 분해되고 그럴듯하게 조립된다. 통통 튕기는 음악을 듣다보면 뜨악했던 앨범 제목도 살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 모차르트가 재즈를 사랑했지 않고서는 이렇게 클래식을 요리할 수 없어! 이 음악들은 클래식과 재즈, 두 장르에 대해 동시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연주자 John Stebbe. 생소했지만 분명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 일게다. 

한창 이 음반만 듣던 몇 주 뒤, 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기회를 타고 두 친구가 놀러왔었다. 평소 한 친구는 누가 봐도 성격상 크라잉넛에 가까운 친구였고 다른 한 친구는 클래식 신봉자로 재즈는 정통이 아니지- 하던 매초롬한 언니였다. 별 생각 없이 재생버튼을 눌렀다. 3번 트랙으로 넘어갈 즈음 두 사람의 귓바퀴가 움직이고 있음이 감지됐다. 5번 트랙으로 넘어가자 거의 동시에 묻는다.

야 이거 앨범 제목 뭐야?

재, 재즈를 사랑한 모차르트.

으응? 다시 불러봐, 적어가자.

흐흐. 아직 조이풀조이풀이 안 나왔는데! 삼 십 여분 후, 그 음악이 나올 즈음 우리는 정말 훌라후프를 돌리랴 짐볼을 튀기랴 까르르 웃으며 모처럼의 해후를 가득한 유쾌함 속에서 즐길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조이풀이지!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

DISC01.재즈를 사랑한 모차르트
01. Mozart Jazz 2006 (Sonata #1)
02. Oh, Susanna
03. Shenandoah
04. Railroad Jazz
05. Amazing Grace
06. Beethoven Jazz (Fur Elise)
07. Aura Lee
08. America, The Beautiful
09. Danny Boy
10. My Wild Irish Rose
11. After Summer
12. Blues In C Minor
13. Cool Samba
14. Beethoven Jazz (Joyful Joyful) 
15. Latin Steinway
16. Minor Major Blues
17. Bach Jazz (Minuet In G)
18. Amazing Grace(Live Version)
19. Battle Hymn Of The Republic
20. In My Room(I Sit And Dream)

PS .

흠, 큰 인기에 출시된 <재즈를 사랑하는 모차르트 2탄>...

자킷을 확인하고 또 멍 해졌지만.. 컨,컨셉인가..ㅋ
                                                                                                                                   by 흰수염고래 :)

                                                                                                                   

재즈를사랑한모차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