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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크리스마스 이브. 한 재즈 음악가가 파란 종소리와 함께 세상 곳곳으로 음파가 되어 스며들었다.

아아 이제 그를 볼 수 없다니요!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세계의 팬들이 블로그를 만들어 모였고 추모문은 빠르게 동질감을 형성했다.

"우리는 ‘그의 시대’에 살았던 겁니다. 이거 하나로 정말... 굉장하지 않나요? "

굉장하다마다. 확실히 개인적인 감정을 섞어 고개를 끄덕이며 학창 시절을 돌아본다. 모의고사를 앞두고 용감하게도 나는 새벽까지 한 음악을 타고 밤하늘을 너울너울 돌고 있었다. 은하철도 999를 탄 철이의 기분으로 재생, 또 재생. 요것이 말로만 듣던 그 ‘재즈’라는 것이구나! 그러므로 그 곡의 제목은. 실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Night Train.

오스카 피터슨, 평생 스윙을 사랑했던 거구의 사내.

1945년, 그 해가 대한 독립의 해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역사적인 숫자라면, 재즈 계보에는 한 투박한 남자의 첫 앨범이 등장한 역사적인 해로 기록된다. 음악을 듣기 전 연주자의 사진을 먼저 본 내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순간 이렇게 내뱉었다고 한다. 저 프랑크 소시지 같은 손가락이...건반에 들어가기는 하겠는가? 나는 다행이 음악을 먼저 듣고 사진을 봐서 그러한 의심은 품지 않았지만 못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 또랑또랑한 음과 무한한 음역. 멈출 수 없는 스윙과 즉흥 연주. 화려하면서도 미세하게 터치되는 건반. 때로는 엄청나게 파워풀 하고, (손가락이 16비트 유로 댄스로 움직인다!) 때로는 가슴 울리는 음악.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you look good to me’ 라는 연주 동영상 검색해보시길. We Get Requests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이기도 한데 참 좋다.) 조금 무뚝뚝한 편인 나는 아직도 그 동영상이나 그의 음반을 들으면 마구 섬세해지는 것이다. 그 환상적인 것들이 저렇게 후덕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 분의 손가락에서 나왔다니! 생전에도 화려한 수상경력과 영광을 뒤로 하고서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하기 위해 작은 시골 마을로 귀향하신 분. 바로 그가 오스카 피터슨이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Night Train (VERVE 1963)은 We Get Requests (VERVE 1964)와 함께 아직도 그의 연주세계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원래 생전에도 많은 수의 연주를 남겼던 터라 그 중 대표적인 곡을 꼽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이 Night Train 이다. 빠른 비트의 현란한 연주부터 감미로운 음악까지 어느 한 곡도 빛나지 않는 것이 없다.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피아노가 함께 하는 음악은 재즈 초심자부터 마니아들까지 모든 이들이 듣기에 손색이 없을 듯. 평소 여행을 즐겼다는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서인지. 유독 이 앨범에서 제목 그대로 ‘밤기차 여행’을 맛보는 사람들이 많다. 선율을 레일삼아 달리는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Night Train 을 타고 고요한 별빛 하늘을 가로지르며 한번쯤은 홀로 기차여행을 떠나보는 것 어떨까. 왕복 티켓이라는 점을 두고, 가격 역시 좋지 아니한가. ㅎㅎ

달 밝은 추석이다. :)

오스카 피터슨 Oscar Emmanuel Peterson (1925-2007)

PS.

그리고 진심 컨데, 당신이 여행 중 만난 또 다른 멋진 이들을 소개 해주시길. 저는 아직도 오스카 피터슨의 우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올레올레 :)

by 흰수염고래

오스카피터슨, OscarPeterson, TheArtOfDuo, WeGetRequests, NightT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