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야망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뤄냈죠. 이런 놀라운 여행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찾고,

제 소원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행복이 있을 것입니다." 

- 수잔 보일 

 

 

살면서 한 번씩은 ’터닝 포인트’를 경험하는 순간이 있을 진데, 나는 그 시절 가을이 그러했다. 여행 중 런던에서 본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영국행 티켓을 끊게 했다. 그렇게 홀로 마주한 2006년의 새해. 이어진 길고 길었던 West End 극장 탐방. ’Dream’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파르르 떨며 홍조를 붉히던 꼬꼬마 젊은이는, 다리 위에서 몸을 던지는 자베르의 비명과, 극을 빛내는 ’I Dreamed A Dream’ 선율이 내 유전자 중 몇 가닥에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고 여기곤 한다. 

2009년, 수잔 보일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현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나 역시 벌떡 일어나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 노래를 택했던 것일까. 볼품없는 외면과 아름다운 목소리의 극명한 대조. 그녀가 무대에 등장한 몇 분 전만 해도, 눈 앞에 작고 여린 먹잇감을 발견한 듯 야수의 눈을 빛내던 관중들과 심사위원들이, 금새 폭풍 같은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 노래가 끝나고, 사실 여린 먹잇감은 우리였다는 것을 깨달은 관중들은, 하나의 위대한 인격체 앞에서 진정한 박수 갈채를 보낸다. 

과연 그녀는, 그녀의 오랜 야망 하나를 정제하지도 못한 채 덜컥이며 쏟아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뽑으며 기교를 자랑하는 성악가들의 많은 노래를 들어봤지만, 이렇게 색다른 느낌은 또 처음이었다. 아마도 이성이 아닌 ’감성’, ’감성’ 속에서도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미 발굴된 ’감성’의 영역에 그녀는 도전했으리라.. 폴포츠의 오디션 장면을 보았을 때처럼, 나는 ’나 지금 뭐하고 사는가’ 같은 물음표. 그리고 앞으로 더 ’진지’하게 삶을 마주해야 겠다는 느낌표까지, 격정의 마음에 던져보던 순간이었다. 

정규과정을 밟아 트레이닝 된 사람들의 목소리와 비교하면, 청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실력 역시 부족한 그녀이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나는, 내가 ’비평가’가 아님에 마구 안도하고 행복해진다. 그다지 냉철하지 못한 귀를 가진 감상자로서, 별 4개에 플러스 되는 별 하나는 차지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끌림’이기에. 내부에서 올라오는 겸손함, 세상은 아직 봐주지 못했지만, 자신만은 올곧이 믿고 있는 내 안의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 그런 것들은 ’실력’못지 않게 대중을 마음을 움직이곤 한다. 폴 포츠가 그러했던 것처럼. 

오디션은 그녀에게 터닝 포인트 기회를 주었다. 미국 유명 토크쇼에 출현을 했고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자신조차 놀라워한다. 무엇보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호랑이 눈썹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이 일류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진화’ 되었다고 까지 거론되었다. 과거, 병든 어머니와 늙은 고양이 한 마리와 살던 못난 여자는,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자신의 성장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 나는 그녀의 ’놀라운 여행’이 부럽고 고맙다. :)

 

 

 

오디션 장면 
http://www.youtube.com/watch?v=8OcQ9A-5n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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