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모노 가카리 - 살짝 난해한 발음의 이들. 한국어로 풀이하면 ’생물 관리부’라는 뜻이었다. 유래가 재밌다. 리더 미즈노 요시키와 기타 야마시타 호타카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창이던 친구사이였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반에서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는 이키모노 가카리 , 즉 생물 관리부에서 같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하 왠지 순수하기도 하고, 순백의 앨범 이미지처럼 잘 어울린다. 보컬 요시오카 키요에를 입영한 뒤 계속 승승장구해온 이들, 2006년 메이저로 데뷔하며 차트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제 4번째 앨범 <하지마리노 우타 (시작의 노래)>로 팬들에게 다가왔다.

 

수많은 일본의 싱어송 라이터들, 솔로 활동으로 충분히 스타성을 유지하는 뮤지션들에 가려져 이들의 이름에 익숙치 않았던 것이 사실. 심지어 지인은 ’뭐, 일본의 코요테야?’ 라고 물었고,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일수도 있구나 싶었는데. 처음에는 평범하게만 들렸던 ’YELL’이란 노래가 들을수록 그 음색에 빠져들게 하는 것을 보니, 당분간 이들의 음악을 자주 듣겠구나 싶었다. 

 

앨범 첫 곡으로 등장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던 ’시작의 노래 - 먼 하늘은 맑고’, 특유의 착한 소녀의 음색이 돋보이는 ’YELL’, 멜로디가 익숙하고 정겨운 ’한낮의 낮’, 드라마 ’나의 여동생’의 주제곡으로 유명해진 ’두 사람’,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는 노을을 닮은 선율 ’내일로 향하는 귀로’ 등의 노래가 전반적으로 편한 보컬의 음색을 닮아 서서히 빠져드는 노래들이었다면, 애니메이션 ’나루토 질풍전’의 오프닝 테마였던 ’반디의 빛’, 초콜릿 CM송이었던 ’조이플’, 야마시타 호타카의 하모니카 소리가 채우는 ’코스모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스타일인 ’MAKE IT NOW’는 소박한 리듬이지만 명랑한 에너지가 한껏 느껴지는 노래들이었다. 드라마, 영화에서 빛을 발한 히트곡들이 모두 포함되어, ’걸작 앨범’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투명한 비커 속에 담긴 물, 깨끗한 구름이 투영되어 옅은 푸른색을 띄고 있는 그 물에서, 소박하고도 즐겁게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를 쳐다보는 느낌이다. 이키모노 가카리, 작은 금붕어를 관리하는 모임에서 출발한 그들이지만, 그날의 순수함을 오랜 시간 지켜온 이들의 노래라면, 그 소박한 순수함이 그저 위대한 것이라고 느껴지게 한다. 그들이 부르는 ’시작의 노래’를 들으며, 새해를 장식했던 설경을 떠올려본다면, 잘 어우러질 듯.. :) 

 

한 낮의 달의 빛을 받아도 언어와도 같이 사라져가는 환상
흘러내리는 눈물은 오늘밤도 아름답게 그칠 줄 모르고 넘치며 사라지는 선율

생각은 더해가며 그리워하는 사람 그대여 그것을 원하며 기다리는 자
돌고 도는 시계 속에서 누구를 연모하며 홀로 저녁 바람에 손가락을 뻗어가나

황혼의 바람 부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검의 뒷면에 기도하며
일말의 꿈에 몸을 맡기고서 밝고 맑게 빛난다.

’한낮의 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