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inick Farinacci is a young man with an old soul, old in the sense that he plays with feeling for tradition that is unusual in this day of the sound bite, the ephemeral, the sample..."

완숙한 영혼을 가진 젊은 남자, 요즘 대세와 달리 전통을 추구한다는 이 비평가의 말에 아무래도 동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 재즈힙합씬에 새로운 이정표를 가져왔다는 DJ 음반을 접하고 요 몇 일 상석을 내주었던 참이었다. 그 와중에 들은 이 음반,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LOVERS, TALES & DANCES> 앨범이 밋밋하게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던 것. 더구나 평소 금관악기의 소리보다 건반의 터치감에 끌려왔기에 대번에 뽑아지는 금속의 비명이 귀를 펀치했을때는 잠시 스톱해두어야 했다.. 몇 일 후 여유로운 시간을 골라 다시 플레이 시켰다. 와- 단지 때와 장소를 바꿨을 뿐인데 그를 탐구하게 했던 순간이었다. 재즈의 정도를 보여주는 느낌. 처음 재즈를 접했을 때 반했던 기본 리듬이나 멜로디가 눈에 띄며 왜 이 음악이 가을에 어울린다고 프로모션 되는 것인지 단박에 이해가 됐다. 불필요한 장식은 떼어내며 앞으로 계속 이 길을 걷겠다는 청년의 기백, 묵묵히 연주하는 뮤지션의 우직함이 솔솔 풍긴다. (알고보니 왠지 동년배 같은데;;) 세상에 난 자켓 보고 50대 인줄 알았어- 하고 느꼈던 건 거짓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다 아버지가 만족해 하시는듯한 이 음반은 말 그대로 젊은 육체에 깃든 성실한 영혼의 음악이다.

귀에 익숙한 탱고음악을 그만의 색으로 다시 만든 Libertango는 묵직하지만 제대로 연주하는 정통 재즈의 느낌이 강했고 후에 연주되는 곡들에게도 귀 기울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Vision은 개인적으로 좋았던 고고한 재즈음악, 더불어 이어지는 선율들은 묵직함과 세련됨을 자유롭게 반복하며 듣는 이에게 가벼운 휴식을 준다. 

레코딩 당시 가족 3대가 모여 스튜디오를 지켜주었다고 한다. 도미니크의 외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남동생. (아무리 성인이라도 가족들에겐 여전히 어린 자식인 그가 줄리어드를 졸업, 뉴욕 코치 레이블에서 제작한 첫 앨범이기에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외할머니는 한 손에 신선한 수제 파스타를 들고 동생이 만든 소스를 뿌려 스튜디오를 찾았다는 훈훈한 이야기, 레코딩 중 어머니는  자식의 연주를 보며 조용히 벅차오르는 눈물을 짓고 계셨다는 에피소드는 앨범에 코멘트된 현장 스케치인데, 이 이탈리아 출신의 청년의 음악에서 왠지 뿌듯함이 느껴졌던 감정을 알것만 같다. 문득 오늘 저녁 만큼은 마트에서 건면발을 사와 가족들과 수제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싶어지는데.. :)

 
    " At its root, the jazz world is metaphorically a family affair, in this particular instance, it is literally one."  

                                                                                                                              - Loren Schoenberg

PS. 
    이미지는 자켓에서 인용했으며 저작권은 저작자에 있음을 명시합니다. :)
                           
                                                                                                          by 흰수염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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