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에 비유되는 재즈 음악이라면, 다소 생소한 아티스트 네임이라도 전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이미지가 있게 마련이다. 주목받고 싶은 나머지 아무 곳에서나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밀어 귓속을 파고드는 음악과 달리, 왠지 커피향이 나는 음악들이라면 배려심이 좀 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느긋한 카페에 앉아 내 할 일을 하고 있을 때 방해하지 않는 음악, 동시에 주변의 소음들은 적당히 감싸주어 집중도를 높여주는 음악들. 

’Italian Barista’ 라는 부제가 뒤따르는 Massimo Farao Trio의 음반은 그런 면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했던 음반이었다. ’바리스타’ 문구만 있어도 혹 했을 진데, 더구나 ’이탈리안 바리스타’ 라니. 이탈리아 하면 커피의 본고장 아니던가.

음. 왠지 커피의 출신을 운운하니 커피 마니아처럼 보이는 본인. 사실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니와. 미국식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하루 필요한 카페인 권장량(?)은 모두 섭취하겠거니, 의 정신으로 홀짝홀짝 거리기에, 커피도 미각으로보다는 책으로 익힌 지식으로만 알 뿐이다. 이탈리아의 노천 카페 분위기에 매료되어 유럽식 커피를 미국에 소개하게 된 일화를 다룬 CEO의 일대기를 보다가, 커피 원두의 본고장이 어디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듯, 어느 지방의 커피냐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도 크군, 깨달으며. 아마도 그 지은이의 커피 예찬에 휘말렸을 수도 있으나, 하여간 평범하게 제 길을 잘 걷고 있던 사람에게 한 순간 대형 커피 체인점의 염감을 떠오르게 하던 것이, 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노천 카페’ 였던 것. 아마도 요즘처럼 여행이 대중화된 시대에 그 곳을 한 번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무엇이 새로울까 하기 쉽지만,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담아 무언가로 표현해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여기, 그 향취를 잘 담은 음반이 등장했다. 2CD에 꽉꽉 담긴 스윙감 넘치는 재즈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낯익은 곡들의 연속에 흐뭇해질 수 있겠다. 아마도 분위기 익숙한 그 곳, 구석진 자리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거나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고 읽던가. 하는 일상의 과업을 전진시키며 적당히 소음을 흡수하는 스폰지 같은 선율에 부드럽게 몸을 맡길 수 있겠다. 이태리를 대표하는 낭만파 재즈피아니스트 마시모 파라오의 2009년 신작앨범. 그들이 연주하는 이탈리아 대중음악의 명곡을 감상하며, 나른한 오후 햇살에 취한 채 지나가는 행인 구경하는 재미를 느껴보자는 말이, 진부하게만 들릴까봐 걱정일 뿐. 

 

 

연주자 라인업

Massimo Farao (Piano)
Aldo Zunino, Giorgio Rosciglione, Lorenzo Conte, Michel Rosciglione, Paolo Benedetini (Bass)
Bobby Durham, Roberto Bobo Facchinetti (Drums)

 

 

DISC01. Italian Barista

01. Roma nun fa’la stupida stasera (오늘밤 로마에 흠뻑 빠진 여인들) 
02. E penso a te (난 널 생각해) 
03. Caruso (카루소) 
04. Con te partiro (그대와 함께 떠나리) 
05. Viva la mamma (울엄마 만세) 
06. C’era una volta il west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07. Tempo D’estate (어느 여름날) 
08. Alle porte del sole (태양의 문) 
09. Nel blu dipinto di blu (푸르름 속에서 푸른 색을 칠하라) 
10. Un’estate fa (지난 여름) 
11. Albachiara (알바치아라) 
12. Ti amo (사랑해) 
13. Anonimo veneziano (베니스의 사랑) 
14. Romanza (로멘스) 
15. Quella carezza della sere (이 밤을 어루만지는 시간) 

 

 DISC02. Italian Barista

01. Senza una donna (그녀 없이) 
02. Prendila cosi (이 정도의 소유) 
03. Nuovo cinema paradiso (시네마 천국) 
04. Amarsi un po (미약한 사랑) 
05. L’importante e finire (중요한 끝맺음) 
06. Vivere una favola (동화 같은08. L’amore ci cambia la vita (사랑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었네) 
09.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10. La leggenda del pianista sull’oceano (피아니스트의 전설) 
11. La solitudine (외로움) 
12. La Canzone Di Pinocchio (피노키오의 노래) 
13. Se stiamo insieme (당신과 함께 한다면) 
14. Avrai (소유) 
15. Almeno tu nell’universo (적어도 세상에서 당신만은) 

 

 

MassimoFaraoTrio-ItalianBari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