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보기| 전체(340)

유튜브 스타 임정현의 ’캐논 변주곡’ 그 후

-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임정현, 밴드 ’롤리타’의 콘서트 현장 click! :D

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라고는 ’한’이 전부일 만큼 평범했던 ’한 청년’이 ’특별한 청년’으로 순식간에 거듭나는 순간, 청년의 손에는 언제나처럼 전자 기타 한 대가 있었을 뿐이었다. 2005년, 모든 것이 평범했던 한 일요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덥수룩한 머리를 모자로 진정시키고, 카메라 앞에서 ’캐논 변주곡’을 연주했다. 업로드한 동영상이 빠르게 지구 반대편을 왕복하며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까지 번졌다. 이어서 어린 시절의 로망이었던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와 협연을 하고, <뉴욕타임즈>와 인터뷰도 했다.

한 번 번진 불씨는 점점 커졌다. 2007년 ‘무한 상상 세계여행 프로젝트’ 에 참여하며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하고 곡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모든 일을 고이 담은 책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를 출간하며 공학도, 기타 연주자에 이어 작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올해로 스물 여섯, 유튜브 스타 펀투(funtwo), 임정현의 이야기이다.

 

지난 2월 23일, 홍대 클럽 스팟에서 펀투 임정현과 그가 속한 밴드 ’롤리타’의 콘서트가 열렸다.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첫 곡으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며 찾아온 관객을 맞이했다.

팬과 독자들이 어우러진 작은 콘서트는 담백한 연주자의 입담이 어우러져 한층 흥겨워졌다. 관객들은 기타리스트의 개인적 에피소드부터 연주곡들의 탄생과정을 공유했고, 클래식 편곡에 관심이 많아진 그는 최근 새롭게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연주하며 관객의 환호성을 받았다. 즉석에서 요청받은 곡들도 능숙하게 연주하며 뜨거운 박수에 보답하기도 했다.

연주한 곡 중 ’미션(Mission)’은 ‘무한 상상 세계여행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 봉사 활동을 하며 현지 아이들과 인연을 맺어 애틋해진 나라인 탄자니아, 원시적 인간의 본능(?)을 일깨운 4박 5일의 무인도 생활, 대인 배로 재탄생한 유럽에서의 길거리 공연 등 300여 일간의 기적 같은 날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야기가 가득 담긴 곡은 관객들과의 거리를 더욱 밀착시켰다.

 

미래의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타를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앰프 기종, 그리고 문득 찾아오는 ’손이 굳어버리는 현상, 과연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고민 상담까지. 임정현 역시 대부분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다고 알려진 만큼 세세한 질문을 모두 답해주며 질문 시간을 빼곡히 채워나갔다.

미래에 만날 귀여운 여동생들의 환호성. 풋풋한 가슴에 품고 시작한 기타 연주였다. 무작정 악보를 구하고 인터넷에서 파일을 탐색하며 롤모델과 같은 소리를 내고자 연습을 반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아직도 자신의 연주에 아쉬움이 많고 공연 중에 손가락이 굳는 일도 있다. 그럴 때는 최대한 표정에 집중한다. 즐기고 있다는 순간을 짐짓 표정으로 뿜어내며, 관객이 실수를 알아차리기 전에 곡으로 동화시킨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람들이 많이 걷지 않은 길을 꿈꾸지만, 실제로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타’가 되고서도 묵묵한 자신만의 걸음으로 걸어온 펀투 임정현.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 유명 시인의 싯구가 오늘 여기, 특별해진 한 청년의 담박한 연주에 녹아 관객을 매료시킨 밤이었다.   

글/사진 : 흰수염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