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인터파크와 평화방송, 창작과 비평사 주관으로 홍대 상상마당에서 신년 북콘서트가 열렸다. 기자단 신분으로 신청할까 하다가, 왠지 머리를 휙휙 지나치던 죄책감 - 기사 제출이 미뤄지고 있다 ㅜ_ㅜ - 에 ’하트’로 다녀오다. 마침 근처에 볼일도 있었던 터라, 지인과의 약속도 홍대 상상마당으로 잡았다. 5분 정도 늦을 예정이었던 친구에게 길을 알려주다가 방심했고, 결국 빗길 속에서 20분 늦게 된 친구에게 미안해하며 도란도란 재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파이팅 대디’의 공연에 이어 예전에 음반 리뷰로 남긴 적이 있던 ’로지피피’의 공연을 보며 좌석에 착석, 이어서 ’데프콘’의 쿵쾅쿵쾅 신나는 힙합 노래가 장내를 달구기 시작했다. 힙합가수와 동화작가의 만남은 상상외로 잘 어울렸다. 데프콘의 유쾌한 입담과 솔직한 진행은 임어진 작가와 사회자, 관중을 쉼 없이 웃게 했다. 그는 요즘 ’북콘서트’ 전문 가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 옆자리에는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와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이 자리하셨는데 소년과 소녀가 어찌나 영롱하게 생겼던지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소박한 가족은 우리처럼 뒷자리 귀퉁이에 앉아있었지만, 퀴즈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임하시고 당첨 이벤트에도 덜컥 당첨되시더니, 나중에는 평화방송에서 인터뷰까지 하셨다. 아. 정말 왠지 모르게 계속 기억에 남는 구성원이다..

비오는 날의 늦은 시각, 더구나 홍대 한복판인데도 북콘서트를 찾은 분들은 어머니들과 동행한 꼬마들이 대부분이었고, 행사에 굉장히 적극적이었으며, 데프콘의 ’풋쳐핸썹!’에도 열광적으로 반응하셨다. 그래서 데프콘은 정말 행복해했고, 관객들도 참 행복하게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도 조금 위안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크게 웃는 것에 서툴러졌기 때문이다. 크게 웃고 떠드는 것에 죄책감이 든다, 고 주위 사람들이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과 만날 때 마다 되도록 작게 웃거나 픽- 웃었는데. 어린이들과 어머니들과 함께 아주 크게 으하하! 웃었던 이날이 조금 특별했다.

쉼 없이 몇 주를 보내고, 뉴스에서는 이번 휴일이 짧아 엄청난 교통정체가 예상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고향을 내려갔다 와야 하는 사람은 아마 단단히 마음먹어야 할 것이다. 휴일은 짧고 인생은 긴데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들은 귀성길 도로의 꽉 막힌 매연 같은 한숨을 내쉴 것이다. 과연, 8차선 꽉 막힌 도로에서 옴쭉달싹도 못하고 남이 뿜는 매연과 내가 뿜는 매연을 번갈아가며 들이마시고 있는 나는 벌써부터 얼굴이 노랗게 변해가는 느낌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자주 말하길 삶은 시작도 끝도, 위기도 카타르시스도 개의치 않고 진흙 묻은 행렬처럼 단지 천천히, 앞으로만 나아간다는데. 이 또한 모두 지나갈 일이로다.. 아무렴 2010년 대한민국이 2010년 아프가니스탄보다야 낫지 않을까. 적어도 도로 정비는 잘 되어 있으니 진흙은 좀 덜 묻어있겠지. 희한하게 결론지으며 오늘을 사랑해보고자 다짐해본다. 데프콘이 몇 번이나 크게 장담하길, 올 한해 단연코 모두들 행복할 것이라고. ㅋㅋ 

아무쪼록 아프가니스탄도 대한민국도. 지구촌 사람들 속에 나도 섞여서 모두 행복한 2010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