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커버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음악도 듣기 전인데 호감도는 치솓고 있었다. 


붓 자국이 완연히 남아있는 색감 강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유쾌하게 이끌었다. 푸른 밤하늘과 경계를 이루는 하얀 설원. 녹색 트리와 녹색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무심하게 눈을 맞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이라는 소개를 미리 알고 있던 터라, 거기에 개인적인 이미지까지 덧붙이며 '엄청 대중적인 크리스마스 음악'들을 부를 것이라 예상했었다. 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항상 거리를 달구는 귀에 익은 음악들, 징글벨이나 화이트 크리스마스, 북치는 소년 등. 그런데 이 앨범, 듣는 순간부터 무지 범상치 않았다. 북커버의 주인공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지 않던 이유가 짐작이 되고 있었다. 앨범을 들으며 내내 '빙산의 일각'을 찍은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다. 위로 뾰족 나온 얼음의 범위만큼 익숙한 곡들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거대한 바다에 몸을 감춘 부분을 예감하는 듯 새롭고도 흥미로웠다.

 

오랜 시간 R&B를 추구해온 라샨 패터슨은 활동 기간에 비해서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그동안 라샨의 매니아였다면 그의 독보적인 행보를 좇기에 바빴을 터이지만 이 앨범으로 그를 처음 알게 된 경우라면 그야말로 그에게 '중독'되어가기에 바쁜 것이다. 처음에는 '아니 크리스마스 앨범이라며, 크리스마스 캐롤이 없는거지?' 갸우뚱하다가 가사를 보며 끄덕이게 되는 것. 점점 새롭게 편곡된 익숙한 곡들이나 축복이 가득 담긴 리듬과 멜로디에 익숙해지며 '라샨'만의 크리스마스 해석에 감탄하기를 반복이다. 세련되게 입혀진 소울풀한 감각이 일품이란 생각이! 특히 This is the Season, 과 Christmas at my house는 카페나 클럽을 연상시키는 가볍고도 매력적인 곡이었고. 두 곡의 편 곡 - 스티비 원더가 1967년도에 발표했던 'What Christmas Means To Me' 폴 맥카트니가 79년도에 발표했던 'Wonderful Christmastime.' -은 그가 예전에 존경했던 두 뮤지션의 음원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곡인데, 낯익은 곡이 멋지게 새 옷을 입은 것을 보니 예상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물에 으히히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no more racism, injustice and greed
hate and war would be an unknown thing
we'd celebrate our diversity
every soul would know inner peace..
-THE ULTIMATE GIFT

 

마지막 트랙까지 달게 들은 후 앨범 뒷면에 작게 쓰인 글자에 눈이 한 번 더 머무는 순간이다. 'for The Children' 음? 아이들을 위해 헌정된 음반이었던가..? 앨범제목이자 타이틀곡인 듯한 노래의 가사가 다시 떠오른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크리스마스에 행복하자'는 강요형이나 청유형의 음반들과 참 달랐다. 모두들 억지로 이를 드러내고 웃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기쁜 날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아요- 하는 듯한 라샨 패터슨의 The Ultimate Gift 앨범은, 마치 봄에도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게 할 것 같은, 정말 괜찮은 앨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