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ㅎ 
다음 날엔 ㅌ 
있지 않고...

잊지 않고 ㅎ 
다음 날엔 ㅌ 
있지 않고...

 


몽롱한 가사의 반복. 컴퍼넌트가 CD를 읽는 짧은 시간 동안 가사집을 들추는데 저 ’ㅎ’과 ’ㅌ’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무슨 말을 하려다 못한 것인지. 정말 가사의 일부라면, 과연 어떻게 발음될 것인지. 등등의 그저 궁금증.

10년 만에 발표된 ’3.5’집 EP ’Nine Days or a Million’은 그동안 이들은 뭐하고 살았나, 그 궁금증을 한 큐에 해결해주는 ’정말 멋진 음반’ 이었다. 어찌나 멋지던지 나는 이것이 사람이라면 가서 부둥켜안고 싶을 정도였다. 사실 듣는 이로서는 오랫동안 안 나오고 이들 어디서 뭐하고 있었는가, 묻고 싶지만, 이들은 그동안 꽤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굵직굵직한 홍대 인디 씬에서 ’성기완은 2집 ’당신의 노래’(2008)를, 김남윤은 일렉트로닉 밴드 트위들덤의 1집 ’탐구생활’(2005), 휘루는 ’민들레 코러스’(2008)를 발표했다. 남상아는 개인프로젝트 모베 사운드(Mauvais Sound)에 집중했고 손경호는 문샤이너스(The Moonshiners)의 일원이 되었다.’ 아마도 이번 EP앨범에 빛이 가득한 이유도, 진득하니 내공을 쌓아온 일원들이 만나 좋은 것만 합체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앨범 전체를 흐르는 심연, 바다의 짙은 푸름을 닮은 사운드와 보컬. 놀이터 젖은 흙에서도 바다의 냄새로 숨 쉬는 이들. 노래 제목처럼, 왠지, 여기, 바다 같아진다. 도대체 앞으로 나올 4집은 얼마나 새롭고, 또 매혹적일 것인지 감도 잡을 수 없겠다. 3호선 버터플라이. 한층 성숙해진 날개짓으로 여기, 바다를 건너고 있다. 

 

 

잊지 않고 해는 뜨고, 다음 날엔 달이 뜨고. 있지 않고 미소.
잊지 않고 새는 날고, 달도 뜨고 어쩌겠어. 읽지 않고 편지.

 

 

 

DISC01. Nine Days Or A Million
01. 티티카카(Titicaca) 
02. 무언가 나의 곁에(Such A Thing) 
03. 깊은 밤 안개 속(A Heavy Night Fog) 
04. Nine Days 
05. 왠지, 여기, 바다(Somehow, Here,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