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이 붙는 방법

초등학교 3학년 때 구입했던 책 중 <초능력이 붙는 책>이라는 것이 있었다. 폐휴지로 전락될 것을 여러 번 막아낸 추억의 책.ㅋ ’어린이들아, 참깨와 콩, 다시마를 많이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건강한 상태를 유지 하거라. 그리고 ‘원하는 것이 생기면 매일 아침저녁 강렬하게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라, 우주의 힘이 너를 인도하리라’ 는 것이 책의 요점이었다. 그 책을 구입했던 이유는 솔직히, 말 그대로 아주아주 초능력이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투명인간이 되어보거나 피구왕 통키처럼 불꽃 슛을 날리고 싶던 시절은, 아빠가 주신 5천원을 가지고 동생과 동네 서점을 가는 것이 한 주의 일과였던 시절과 맞닿아 있었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제비뽑기를 해서 짝꿍을 선택하는 게임이 있었고 원하는 친구와 짝이 되기 위해서는 한 쌍의 커플 이름을 뽑아야 하는 큰 미션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줄리엣을 뽑은 나는 로미오를 뽑은 아이와 짝이 되는 식.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날부터 나는 한 달 간 아침저녁 참깨, 콩, 다시마를 먹으며 아주 신나게 그 친구와 짝꿍이 되는 상상을 했고 결전의 그날, 내가 뽑은 종이에는 ‘영심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경태’를 뽑았다. 그 순간 얼마나 놀랬는지는 내 일기장만 안다. 그 밖에도 기적은 연달아 나타났다. 확고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초능력은 존재한다!

DREAMS COME TRUE, 안정제를 찾다

<꿈꾸는 다락방>부터 <조혜련의 미래일기>까지. 요 몇 년간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은 책은 말 그대로 DREAMS COME TRUE 컨셉 이었을 것이다. 책들의 공통점은 ‘당신의 꿈을 강렬하게 이미지화 시켜라, 그러면 곧 이루어지리라’. 하나의 큰 줄기가 작가 색깔마다 달리 풀렸을 뿐 개념은 한 가지, 그것은 <초능력이 붙는 책>과도 같은 부분이었다. 어린 시절 그 책을 샀을 때 부모님께 무지무지 타박을 받아 결국 장롱에서 후레쉬 켜고 읽었는데, 시간이 흐르자 그 책은 장롱을 받치는 지지대가 되어 있었다. 초능력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하기 시작했던 시기를 나 역시 지나갔던 것. 그런데 요즘 ‘우주의 힘’이란 개념을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며 예전의 기억들이 다시 상기되는 것이다. 그동안 뛰어오른 책값만큼, 혹은 ‘~읍니다’가 ‘~습니다’로 어법이 바뀌었던 시간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던 한 주였다. 비과학적이라 여기며 장롱 속에 숨겨두던 것들을 이제 막 햇볕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과학으로 입증되지 못하는 것들이 사실은 훨씬 많다고 밝힌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뇌’ 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제 미지의 힘, 자연에 겸손해지기 시작한 것일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꿈을 간직하는 것이 참으로 많이 어려워진 시대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결국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꿈들을 지키기 위한 안정제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 아닐까. 너무나도 비과학적으로 현명한 뇌가, 중요한 것을 다시 찾게 해달라고 주인과 출판시장에게 구조 호르몬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닐까..?

 

뇌과학에 대한 책들이 재밌는 이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 책, 어쩌다보니 꼭 4번을 읽었다. 최근 말 그대로 ’뇌과학’에 대한 책들을 탐독 중이었다. 책의 영향을 받아 꿈을 이미지화, 구체화 시키는 것 등의 스킬은 구지 책을 읽지 않아도 뇌가 알아서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한 ’동기’는 자연스럽게 행동의 원천이 된다. 그런데도 매해 새 옷으로 갈아입는 책들을 찾는 이유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각자의 동기, 즉 꿈을 어디에서 놓쳤는지 모르기 때문 일지도.. 이 책의 뒤표지에 나온 수치처럼, 우주의 역사는 15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류는 3백만 년 전에야 출현했다. 13만 년 전에 인간은 머릿속의 상상의 이미지,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컴퓨터가 등장한 것은 단지 몇 십 년 전이라고 한다. 수치들을 100으로 환산시켜본다면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 것인지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결국 허둥지둥 속도를 따라잡다가 보면 각자의 영혼은 어딘가에서 떨구어지게 마련일 것. 그래서 더더욱 강렬하게, 열렬하게 이미지를 뇌에 저장시키며, 처음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놓치지 말아야 하는가보다. 

인디언들은 한창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문득 멈춰 뒤를 주시하곤 했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미처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잠시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몽롱한 침대속에서 문득 난. 나의 뇌를 위해서 참깨와 콩, 다시마를 다시 열심히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안정제를 놓아주던 아침, 커튼을 비집고 들어온 한자락 햇살은. 그래도 참 아름답다고 느껴지던 하루.

	내가 보기에, 우리는 과도기를 살고 있어. 모든 일이 가능해지고 있어. 인간의 정신적 능력이 신장되는 데에는 더 이상 기술적인 한계가 없어. 단지 우리의 두려움과 낡은 사고 방식. 거부 반응. 선입견 등이 그 신장을 늦추고 있을 뿐이야.  p250  뤼크레스는 문득 어디에선가 읽은 들소 사냥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들소를 죽이는 것은 창이 아니라 사냥꾼과 들소의 의지다. 들소가 패배를 받아들이고 사냥꾼이 승리를 확신하고 나면, 사냥꾼이 창을 어디에서 던지든 이 창은 결국 표적을 관통하게 된다. 생각이 때로는 행위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p551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