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이 책은 400년 가까이 수학자들을 괴롭혀 왔던 한 수학 난제를 다루고 있다. 1611년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는 공을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식(일명 "3차원 구 쌓기")은 청과물 상인들이 오렌지나 토마토를 샇을 때 쓰는 방식과 동일하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케플러 추측은 확실하게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이것이 증명되기까지 이렇게 늦어진 것은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수학적인 엄밀한 증명이 까다로웠고 현대적인 과학기술이 발전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8년에 와서야 미국 미시건 대학의 젊은 수학자 토머스 헤일즈가 증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것도 증명 과정의 상당부분을 컴퓨터에 의존해야 했다.

저자는 스위스 국립공과대학에서 수학 및 물리학 석사학위를, 예루살렘 헤브라이 대학에서 수리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1987년 기자로 변신하여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짜이퉁"의 이스라엘 특파원으로 일했다. 저자는 1998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개최된 한 학술회의에 참석했다가 막 케플러의 추측을 증명해 낸 토머스 헤일즈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케플러는 독일 슈트트가르트 근방에서 아버지 하인리히 케플러와 어머니 카타리나 케플러 사이에서 태어났다. 케플러는 7개월 짜리 미숙아(우리 옛말로 '칠삭동이')로 태어났다. 케플러의 부모는 그에게 따뜻한 가정을 마련해 주지는 못했다. 아버지는 호감이 전혀 가지 않는 타입으로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매우 고약한 성미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 아버지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작고 깡마른 체구의 이 여인은 매우 수다스러웠고 싸움도 잘했으며 심술굿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치 남편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남편을 들볶아댔다. 넌덜머리가 난 하인리히는 세 살 난 요하네스를 버려두고 집을 나와 스페인 군에 입대했지만 카타리나가 벨기에에서 하인리히를 찾아와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케플러는 지역 귀족들이 레온베르크에 세운 영재학교에 들어갈 수 있어서 그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하네스는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학업 성적도 뛰어났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사이가 좋지 못해 곧잘 싸움이나 말다툼을 벌이곤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케플러를 천문학자로 알고 있다. 케플러는 수학보다 천문학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행성운동법칙'이 그것이다. 그는 16세기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였던 티코 브라헤의 관측자료를 분석하여 1609년 제1법칙·제2법칙(면적의 법칙)을 발표했고, 제3법칙은 약 10년이 지난 1619년에 발표했다.(그러나 케플러는 이 법칙들에 숫자를 붙이거나 그가 발견한 다른 것들과 특별히 구별하지 않았다.) 그리고 케플러는 행성운동법칙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완성하였다.

행성운동에 대한 케플러의 3가지 법칙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둘째, 한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 벡터는 동일한 시간 간격 동안 같은 면적을 휩쓸고 지나간다. 셋째, 행성의 항성주기(공전주기)의 제곱은 그 행성으로부터 태양까지의 평균 거리의 3제곱에 정비례한다. 이러한 법칙들은, 특히 제2법칙은 1684~85년 아이작 뉴턴이 지구와 달 사이, 그리고 태양과 행성 사이의 중력의 법칙들을 계산할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뉴턴은 우주의 모든 물체의 운동이 케플러의 제2법칙에 따라서 언제나 타원궤도를 따를 필요는 없고 열린 원추곡선궤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이런 운동은 물체의 전체 에너지에 따라 포물선이나 쌍곡선 궤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혜성처럼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천체는 태양계에 진입했다가 나가버린 후 다시 안 돌아올 수 있다. 케플러의 제2법칙으로부터 태양을 지나고 궤도면에 수직한 축에 대한 행성의 각운동량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케플러는 천체운동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 뿐 아니라 미시적인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흥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 책의 소재이자 제목인 '케플러의 추측'은 < 육각 눈송이 >라는 제목의 소책자에서 유래한다. 1611년에 씌여진 책에서 케플러는 결정체나 식물의 형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한 최초의 시도였다. 케플러는 그 책에서 눈송이가 육각의 형태로 결정을 이루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눈송이를 다루면서 케플러는 눈송이 입자(눈 결정)의 육각형 연결구조를 관찰하였고 벌집 등과 연계하여 '면심입방쌓기(FCC, Centered Cubic Packing)'와 '육방밀집쌓기(HCP, Hexagonal Close Packing)'를 처음 소개하게 된다. FCC와 HCP는 동일한 결정구조이지만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며 이 두가지가 가장 높은 밀도, 즉 조밀한 쌓기이다. 밀집도는 74.05%에 이른다.

"구 쌓기 문제"는 케플러 이전에도 다루어진 적이 있다. 15세기 헝가리 과학자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와 16세기 후반기에 헝가리 영국인 과학자가 토머스 해리엇(Thomas Harriot), 그리고 덴마크 수학자 티코 브라헤가 먼저 다루었다. 케플러 이후에 "구 쌓기 문제"에 도전하여 토머스 헤일즈가 최종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조금씩 도움을 준 수학자 및 과학자로는 17세기 르네 데카르트(Rene Decartes), 로버트 후크(Robert Hooke), 아이작 뉴턴(Isac Newton), 데이비드 그레고리(David Gregory), 라인홀트 호페(Reinhold Hoppe), 18세기 스티븐 헤일즈(Stephen Hales),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9세기 요한 헤셀(Johann Hessel), 오귀스트 브라베(Auguste Bravais), 윌리엄 발로(Willian Barlow), 윌슨 벤틀리(Wilson A. Bentley), 악셀 튜에(Axel Thue), 지그문트 귄터(Sigmund Gunther), 루드비히 아우그스트 제버(Ludwig August Seeber),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Karl Frierich Gauss), 20세기 다비드 힐베르트(David Hilbert),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 루드비히 비버바흐(Ludwig Bieberbach), 한스 프레데릭 블리크펠트(Hans Frederik Blichfeldt), 로버트 랭킨(Robert A. Rankin), 클로드 앰브로스 로저스(Clord Ambross Rogers), 윌리엄 잭슨 포프(William Jackson Pope), 리처드 커쉬너(Richard Kershner), 나카야 우키치(中谷宇吉郞),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라슬로 페에스토트(Laszlo Fejes-Toth), 구르트 쉬테(Kurt Schutte), 바르텔 렌데르트 반 데르 바르덴(Baartel Leendert van der Waerden), 존 리치(John Leech), 앤드루 오들리츠코(Andrew Odlyzko), 존 콘웨이(John H. Conway), 베니아미노 세그레(Beniamino Segre), 쿠르트 말러(Kurt Mahler), 콕세터(S. A. M. Coxeter), 우이 시앙(Wui Hsiang), 새무엘 퍼거슨(Samuel Ferguson)....

"3차원 구 쌓기" 문제가 왜 중요한가? 아니 도대체 어디에 "3차원 구 쌓기" 또는 "케??? 실제 응용분야는 대단히 많다. 쌓기는 결정체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컨대, 대부분의 금속 원자들은 FCC나 HCP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금속이 다른 물질보다 무거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결정구조는 FCC나 HCP 이외에 '단순입방쌓기(SCP, Simple Cubic Packing)', '체심입방쌓기(BCC, Body Centered Cubic Packing)'도 있다. SCP 쌓기는 매우 비효율적인 배열이다. 원자가 차지하는 공간이 전체 공간의 53%에 불과하다. 이런 형태의 배열을 취하는 화학원소는 플로늄(다름 이름, 라듐)이다. BCC 밀도는 68%로 크롬, 소듐, 철 등의 원자이며 HCP는 카드뮴, 코발트, 아연 등이고 쌓기의 여왕 FCC는 금, 은, 백금 등이다.

구 쌓기 모델은 일부 불순물질이 순수물질에 비해 오히려 이점을 갖는 이유도 설명하고 물품을 컨테이너 안에 쌓는 데에 활용한다. 그리고 쌓기 문제는 원거리 통신의 시그널 배열에서도 활용되며, 경영분야에서도 '이윤 최대화와 비용 최소화' 등에 응용된다. 또한 정치학에서도 이용되는데 정당이 유권자들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위치 점을 취해야 할 지 결정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지금도 응용분야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