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작가 공지영의 소설을 연이어 읽다가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소개받아 소설을 몇 권 구입했다. 공지영씨와 비슷한 시대(공지영씨는 82학번, 은희경씨는 77학번이니 가까운 시대는 아니고...^^)를 살았고 비슷한 소재를 대상으로 삼지만 공지영씨와는 다른 작풍을 보여주고 있다고 들어서...

이 책으로 저자 은희경씨는 ’제 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으로 당선되었고 그로 인해 저자는 ’가능성 있는 소설가’로 인정받고 유명해졌다 한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었고... 심사위원들은 이 책을 "짙은 페미니즘으로 윤색된 아포리즘()"이나 "삶의 진실에 던져지는 날카롭고 에누리없는 시선"으로 평가하고 저자의 글을 "군더더기 없고 원숙한 묘사능력"이 있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고 ’액자소설’이라고도 한다. ’액자소설’이란, 어느 시점의 시각에서 과거 특정시점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소설을 풀어나가는 것이란다. 이 책의 경우, 주인공이 1995년 정도의 시점에서 1969년 시대의 경험을 비관적으로 더듬어보는 형식을 취한다. 책 속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이야기(1969년)가 주된 이야기 배경이고 한국의 무궁화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이야기(1995)가 현재 시점으로 나온다.

’성장소설’이기는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밟기보다 1969년~19770년에 일어난 주인공의 압축적인 경험과 인식을 보여준다. 공간적인 배경은 시골(읍사무소)의 구석진 집이다. 이 집은 우물을 구심점으로 하여 두 채의 살림집과 한 가게채(점포 3개)가 있는 감나무집이다. 배경은 읍내와 도청소재기까지 아우른다.

소설에서는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일찍이 박탈당한 소녀가 본능적으로 터득한 자기방어의 수단인 위락과 냉소의 시선을 구체적인 과정에서 보여준다. 소녀의 엄마는 정신이상으로 소녀가 다섯 살 때 소녀를 기둥에 묶어둔 채 집을 나갔다가 발견되어 정신병원에서 자살하였고 소녀의 아빠는 소녀를 외할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의 힘겨운 삶을 잉어간다. 소녀는 다른 어린이들과 틀린 환경을 일찍 터득하고 타인들의 시선과 평가를 극복하기 위하여 방어적인 자신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 결고 소녀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열 두살 이후 나는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주인공은 12세의 모범생,우등생 소녀다. 소설에서는 소녀의 외할머니와 이모, 외삼촌이 가족으로 나오고 한 울타리에 살고 있는 최선생, 이선생, 장군이와 장군이 엄마, 광진테라 아줌마와 남편인 박광진, 문화사진과 사장, 뉴스타일양장점 아줌마와 미스 리가 조연이며, 경자이모, 이형렬, 허석, 혜자이모, 현석, 그리고 소녀의 학교 친구들이 출연한다.

주인공은 매일같이 논에서 일하면서 부모잃은 외손녀와 철없는 딸,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아들을 둔 외할머니의 인생에서, 유복자 자식인 아들을 통해 자신의 한과 꿈을 열망하는, 모든 일에 참견하는 장군이 엄마의 인생, 소녀보다 정신연령이 낮아 보이는 이모의 연애, 첫 경험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서 남편의 폭력과 외도를 참고 가게를 꾸리는 광진테라 아줌마의 비애 등을 통해서 그리고 그들과 자신의 관계를 통해서 주인공이 상처받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주인공이 소설 중간에 내리는 비주류적인 여러 정의는 가끔 놀라고 섬뜻하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길 듯이 사랑이 행복할수록 그것이 사라질 때의 상실감에 대비해야 한다." "세상을 서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 "첫 경험은 운명이 아니라 우연이다. 여자들이 그것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금기를 강요받기 때문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은 고운 정과 미운 정으로 이루어진다. 좋아하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럽기 때문이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주인공의 시각이든, 저자의 시각이든 이러한 정의와 해석에 대해 어떤 것은 고개가 끄덕여지고 또 어떤 것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새의 선물"인지 이해할 수 없어 인터넷을 뒤져 보았더니 작가가 직접 답변한 글이 있었다. 작가 曰 "가끔은 그런 질문을 받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좀 뭐라 그럴까요, 미안한 마음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좀 듭니다. 왜냐하면 말씀하셨다시피, 그리고 그런 질문을 충분히 하실 만합니다. 너무 작품 내용하고 동떨어진 서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이죠.

소설을 쓸 때 보통은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소설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목에서 발상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작품을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붙였어요. 그 제목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결국 『새의 선물』로 정하게 된 이유는 그 책에 밝혔듯이, 「새의 선물」이라는 것은 프레베르라는 프랑스 시인의 시입니다.

그 시에 보면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태양에게 선물을 갖다 줍니다. 해바라기 씨앗을요. 해바라기 씨앗이라고 하면 해한테는 사모와 흠모라는 의미가 있는데, 해는 그것을 거부합니다. 즉 시는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 버렸네"로 끝나요, 그 끝 구절이.

그러니까 해가 해바라기 씨앗이랑 선물을 거부하고,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 버린다는 게, 저의 작품의 어느 부분과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감옥이라는 게 제가 설정했던 1969년 소읍 마을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제가 「새의 선물」이라는 시에서 그 이미지를 따 와서 이 제목을 정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부터 책의 제목을 정해서 그 제목에 적절한 의미를 제시해야 한다고 내내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책의 내용과 너무 동떨어진 제을 설명하기 위해서 책 속에 그 시를 인용했습니다만,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