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내 나이대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폭탄주'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물론 '빨리 취하기'위해서다. 왜 그들은 빨리 취하려고 하는걸까...  군인들, 법조계 사람들, 기자들, 정치인들, 공무원들, 교수들, 기업인들...  상당한 수가 폭탄주로 빨리 취하고 빨리 술자리를 정리하려 든다. '술자리'가 목적이 아니고 '술'이 목적인 것 같다. 근무시간 이외에는 맨정신으로 사람과 대화하기 싫은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술이 취하고 나서야 맘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폭탄주를 자폐증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자폐증인데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가 후회하게 되는 대표적인 책이다...   책의 부제를 보고 목차를 읽다가 아무래도 책 제목을 선정적으로 정해놓고 팔아먹는 장사치같은 느낌은 들었다. 그나마 책이 부제가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서 손해보는 셈치고 읽었다.

 주변에 존재하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뭐 재미있는 일 없어?"라고 물어볼 때가 많다. 나도 친구나 친한 선후배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저자는 문화심리학 전문가로서 한국사회의 본질적, 근본적인 문제는 '사는게 재미없는 남자들'이라고 주장한다. 온갖 주장과 구호 뒤에 숨겨진 적개심, 분노, 공격성의 실체는 '재미없는 삶에 대한 불안'이라는 것... 조금 재미있는 발상이고 접근법이라는 생각은 든다. 

 저자는 지금 사는게 재미있는 사람이 나중에도 재미있게 살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재미있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21세기의 핵심가치를 '재미'로 정의한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원리는 '재미'라는 것...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에만 생겨난다고...

 재미있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쉬고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쉰다는 것은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는 것을 의미하고 논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자신 스스로를 망각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 한권으로는 저자의 말에 쉽게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동의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문화심리학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조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국현대사 60년 동안 가족, 사회, 교육, 국가가 사람들에게 쉬는 법, 노는 법, 어울리는 법, 대화하는 법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거나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쉬는 법, 노는 법을 떠나서 상대방을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어떤 때에는 10세기 초 미국에서 흑인을 차별한 것 못지않게 한국 사회 내에서 지역, 계층, 이념을 가지고 사람을 심하게 차별해왔고 2009년은 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