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937년 일본 도쿄 헌옷장수집 뒷방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고향은 안동 산골짜기인데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한반도로 건너와 고향에 자리잡았다. 그해 가뭄이 너무 심하여 저자의 식구들은 둘로 나뉘어 헤어져 살았고 1947년 12월에 다시 모였다. 

아버지는 소작농이었고 어머니는 행상을 하여 아이들을 먹여살렸다. 저자는 1953년에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점원노릇을 하다가 열아홉살때부터 결핵을 앓았다. 어머니는 1964년 세상을 뜨셨고 1965년 동생을 결혼시켜야 하기에 무작정 집을 나왔고 4개월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저자는 1967년부터 고향 교회 문간방에서 16년을 살다가 산밑 다섯평짜리 흙담집으로 옮겨 여생을 보냈다. 

 저자는 일반 사람들에게 아동문학가로 알려져 있고 <몽실언니>는 드라마까지 이어졌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으로 데뷔하였고 1969년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을, 1975년에는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그리고 1995년에는 제22회 새싹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의 저서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엄마(2006)>, <길아저씨 손아저씨 우리그림책 1(2006)>, <팥죽 할머니(2005)>, <오늘도 나는 지렁이에게 안부를 묻는다(2004)>,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동무들(2003)>, <훨훨 간다(2003)>, <우리들의 하느님(2000)>, <떠돌이 다섯 사람(2000)>등이 있다. 나는 딸아이에게 <강아지똥>을 읽어주면서 저자를 처음 책으로 만난 기억이 있다.

 저자는 뛰어난 아동문학가임에 틀림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단순히 아동문학가라고 해서는 그 본질을 드러낼 수 없는 문인이자, 사상가인 것 같다. 이 책 속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그는 권력있는 자들과 그들의 세계에 대하여 거의 본능적인 위화감(違和感)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감정을 별로 숨기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세상의 약자들―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포함한―에 대한 그의 본능적인 연민 혹은 사랑은 측량할 수 없이 깊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 자신의 철저한 밑바닥 체험과 평생에 걸친 병고(病苦)와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혹은 그의 기독교 신앙과도 관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권정생은 이른바 교인다운 티를 조금도 내지 않았다. 그는 여하한 권력욕망도, 권력의 그림자와도 인연이 없는 철저히 소박한, 꾸밈없는 촌사람이었다. 그는 ‘산상수훈(山上垂訓)’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믿은 기독교인이었다. 그가 자본주의 근대문명과 근원적으로 화합할 수 없는 ‘비근대인’으로서의 일관된 삶을 살아간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정말이지 ’하느님’을 예찬하고자 한다면, ’환경’과 ’인간다움’을 애기하고자 한다면, ’사랑’이나 ’정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저자처럼, 그 분처럼 살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나부터가 앞으로는 함부로 ’자연’이니 ’환경’이니 ’인간다움’이니 ’사랑’이니 하는 단어를 섣불리 꺼내기 어려울 것 같다. 나 한 몸 먹고 자고 움직이는데 필요한 것 이상을 바라왔던 마음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하느님과 예수님을 부르짖고 성경말씀을 경전처럼 붙들고 사는 숱한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짜증나고 한편으로는 안스러워진다. 정치인과 권력자들에게 국민들이 계속 속아 넘어가는 것과 같이 이 땅의 천만이 넘는 기독교인들 역시 목사와 종교권력자들에게 속아서 수십 년을 살아왔고 앞으도로 그러할테니...

 저자의 유언이 가슴에 남는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하지만 과연 내가 저자를 존경하고 따르고 싶다 하더라도 저자와 같은 삶을 내가 살 수 있을까???  

 이 책은 2008년 7월경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면서 군인들에게 읽지 못하게 하여 온 국민에게 허탈함과 비웃음을 짓게 한 스물 세권 중 다섯 번째다. 다시 한번 이 정권(다른 정권이라도 마찬가지였을까...)의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여러모로 한심해진다...ㅉㅉㅉ

권정생, 기독교, 산상수훈, 하느님, 녹색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