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홉 명의 삼십대 작가들이 쓴 소설집이다. 은희경씨의 초기 작품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서른 살을 테마로 했기 때문에 30대라면 공감할 수도 있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독자들의 성향에 따라서는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 분위기가 30대 주인공들이 절망과 자아의 상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들 속에는 짙은 좌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타협, 끝이 보이지 않는 자아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많이 우울한 책이다. 그리고 이런 우울한 서른살을 보낸 사람들은 불행하고도 아쉽다는 느낌이다. 어찌보면 행복에 겨운 것 같기도 하고...

내 나이 마흔이 훌적 넘었지만 서른 살을 넘어오면서 어떤 특별한 느낌을 받아온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테마를 갖고 소설집을 편집한다는 것 자체가 잘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 중에는 서른 살의 고비, 서른 살의 느낌들을 이야기해서 그럴 수는 있다. 그래도 하나로 묶어지는 어떠한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다양한 모습이 유형별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다. 작품 속의 생각, 상황, 사건(별로 있지도 않지만) 들은 굳이 서른이라는 테마를 잡지 않아도 어느 연령대라도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이었다.

 

작품 속의 '서른살'에 대한 규정은 조금 무겁다...

 

[연미와 유미, 은희경]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서른 살이 되었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나이나 마찬가지로 서른도 외로운 나이이다.

 

[새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전경린 ] 서른이 지나면 누구나 조금씩 덜 고단해 질 것이다. 더이상 자기로부터 떠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해도 이제 그런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황금의 나날, 성석제] 지금도 사랑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왜 사랑이 사람을 슬프게 하는지 잘 알지는 못한다. 서른 살이 넘었는데도. 넘은 지가 벌써 한참이 됐는데도...

 

[서른 일곱 옥잠화, 양순석] 나의 전부를 의지하였던 아버지를 잃고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벗어나 자연의 일부로서의 미미한 내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른 일곱이었다.

 

[ 서른의 강, 차현숙]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쉰이 되어도 내 능력에 의해 전혀 변해지지 않는 삶을 참을 수 없다. 탈출구가 없는 서른의 나이가 나를 돌게 만들어! 내가 무능하게 된 것 내 탓만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더 큰 괴물 같은 것들이 있다구!

 

[서른 예수의 나이, 이병천 ] 이제 계속될 내 인생이 내 스스로도 주워담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없이 속되고 비굴하게 배배 고이며 꾸려질 것이라는 참담한 예감...

 

[삼십 세, 윤효] 파열해 버릴 것만 같은 이 위기감 속에서도 난 내 서른 살에 얻은 게 무엇인지를 압니다. 바로 내 삶에 흠신 난타당한 후의 피로가 만들어준 부드러움, 내 상처로 타인의 상처를 품을 수 있게 된 것. 스무 살적의 흠집 없는 허상들을 내어주고 얻은 것들. 가장 소중한 나나를 잃고서야 다른 무엇을 얻는다는 가혹한 타산. 생성하는 순간 이미 파괴하고 있는 생의 모순..

 

끝...

서른살의강, 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