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타운 비가 ]

 

건넛마을이 재개발되어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사람들 생활이 편리해졌다.

대형마트에서 신선하고 값싼 쇼핑을 하고

스타벅스에서 원두커피를 골라 마시고

아이들은 수준 높은 학원차에 몸을 싣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편해지고 빨라지고 세련되어지자

내 삶은 그만큼 초라하고 우울해졌다.

 

하루아침에 마을 야산 산책길을 잃었고

밤하늘에 빛나던 별들이 강제이주당했고

그녀와 산책하다 키스를 하던

사과나무 길까지 CCTV가 설치되어

내 사랑은 불륜처럼 찍히게 되었다.

 

된장찌게를 잘하던 내 단골 밥집이 사라지고

빠지는 머리숱을 걱정해주던 단골 미용실도

외상으로 라편도 사던 단골 가게도 사라지고

고소한 손두부집도 과수원댁이 연 과일가게도

신문과 우편물을 받아 건네주던 단골 세탁소도

내가 앉아 책을 읽고 시를 쓰던 창가 자리에

손수 담근 모과차와 들꽃을 꽂아주던 단골 찻집도

하루아침에 멸종되듯 사라져 버렸다.

 

우리 동네 단골집들이 사라지자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근심걱정을 나누고

서로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물어주던

인정 어린 미소들이 뿔뿔이 사라졌다.

갑자기 일이 생기고 아플 때 서로 기대던

친밀한 인간관계들이 사라졌고

하루아침에 내 삶의 뿌리가 끊어져 나갔다.

 

'경축 재개발' 펼침막이 골목마다 나부끼고

뉴타운 개발로 불도저가 으르렁거리면서

하루아침에 풀꽃 같은 웃음곷들이 철거당하고

하루아침에 생활 속의 민주주의가 쪼그라들고

하루아침에 우애어린 삶들이 살해되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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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해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 서울시내 뉴타운의 원주민 재입주율은 10~30%에 불과합니다.
  뉴타운 개발이 투기세력과 건설회사, 광고사들의 잔치판이란 것을 애초부터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그들 옆에서 '떡고물'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의 삶과 정신마저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물론, 몇 사람은 그 잔치판에 끼어들어 돈을 벌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번 돈이 과연 자신을 풍족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