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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유명했던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석사, 스탠퍼드대학에서 MBA를 거쳐 히브리대학에서 수리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수학자이자 저널리스티이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고 지난 20년 동안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에 수학관련 기고를 한 후 이를 묶어서 이 책을 발간했다. 내가 앞으로 읽을 책 중 하나인 <케플러의 추측>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반 사람들이나 소위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음악이나 미술, 경제나 철자법과 같은 수준의 ’교양’으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이런 사태를 조금이나마 바꾸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서 이 책을 발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수학의 중요성 뿐 만 아니라 그 아름다움과 정갈함도 알리기를 원한다. 아마도 17~19세기 까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학이나 자연과학의 일반교양 수준이 당시의 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교양’의 척도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동양의 경우 주자학이나 성리학이 통치와 학문의 중심에서 다른 것들을 배척했기 때문에, 15세기까지의 서구사회의 경우 기독교가 ’성경’ 이외의 진리나 학문을 금기화했기 때문에 수학이나 자연과학 자체가 발달하지 못했지만,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에는 지식인층에서 수학과 자연과학이 인문학과 더불어 ’교양’의 척도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수학을 좋아했던 나도 일반인들, 인문계 출신들, 기타 사람들이 수학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나 중고등학교 수학책에서 암기한 공식을 아는 척 하는 수준에서 수학(자연과학도 마찬가지)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저자의 심정과 비슷하게 답답하고 아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어찌하랴...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만, 한국 역시 지금까지 내공있는 수학전문가가 거의 없었고 수학 공교육이 고작 대학을 가기 위한 ’공식 암기’와 ’문제풀이’ 수준에 그쳤으니 당연할 수 밖에... 과거 내가 중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닐 때, 선생들이나 교수들 역시 조선 말기 -> 일제시대 -> 해방 후 근대사 속에서 짜임새없는 번역본 수학을 배웠을 것이고 일본책이나 서양책을 베끼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고 아무나 대학 나오거나 수학과나 자연과학대만 나오면 수학선생이 되고 수학교수가 되었을테니 지나간 과거에 한탄하고 열받으면 무엇하리...ㅎㅎ

이제라도 21세기 초에 와서라도 여러 수학자들이나 교수들, 선생들, 전문가들이 어린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수학을 쉽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면 ’시작이 반’이라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들이 수 십년 내에 나타나리라고 믿어본다. 여전히 수학 관련 교양서들이 수능이나 논술에 초점을 맞추어 발간되는 것들이 주류이고 또 그런 책들이 수학서적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찌보면 나부터, 내 주변부터 시작하여 수학이 ’교양’으로 대중화될 수 있도록 하는 수 밖에...

어찌되었든 저자는 이 책으로 위와 같은 목표 아래 수학이 현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골라내어 독자들에게 수학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1. 역사 속의 수학 뉴스’편에서는 천문학과 책력, 암호학, 수학자 베르누리 가문을 통해, ’2. 풀리지 않는 추측들’편에서는 21세기 7대 수학문제, 콜라츠 문제, 여러 특이 소수, 힐베르트의 16번 문제를 통해, ’3. 풀린 문제들’편에서는 프랙탈 차원, 카탈루냐 랍비 문제, 바젤 문제, 케플러의 추측에 대한 증명을 검증하기, 푸앵카레 추측에 대한 증명 여부을 통해, ’4. 기인열전’편에서는 헨리크 아벨, 파울 베르나이스, 요한 폰 노이만, 해럴드 스콧 맥도널드 코제트, 스티븐 울프람, 대니얼 헐리스, 에른스트 슈페커, 베노 에크만을 통해, ’5.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편에서는 매듭과 헛매듭, 매듭과 엉킴, 나비효과, 확률과 도박, 테트리스의 원리, 페르마의 틀린 추측, 군론, 파국이론, 비대칭의 아름다움, 소수의 판단을 통해, ’6. 여러 학문들과의 합창’편에서는 법학에서부터 신학에 기여하는 수학의 사례들을 통해 수학에 대한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의 책 발간 목표나 의지와는 달리 선뜻 수학에 다가가기가 쉬어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그 이유 중 하나는, 저자가 너무 많고 방대한 수학분야를 한 두가지 사례나 사건을 통하여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 때문이고 또 하나의 이유는, 독자나 일반인들 관점이나 기호가 아닌 저자 스스로나 수학자들의 관점에서 독자를 끌여들이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이 책의 소스인 신문에 기고할 때 일반인들 상당수가 관심을 가지는 여러가지 사건이나 사고, 이슈들 중 수학을 통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것만 뽑아서 수학을 통해 분석하거나 수학원리와 연계성을 설명했더라면 이 책보다는 더 흥미를 유발시키고 수학에 관심을 가지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스위스 뿐 아니라 세계의 일반인들도 호기심이나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들만 추려서 책을 발간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애독자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끝...

수학의사생활, 슈피로, 스위스연방공과대학, 프랙탈, 바젤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