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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아온, 그리고 최근 보아온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내 가슴이 찡하게 만든 소설이다. 그리고 나와 동시대의 아픔과 혼란을 겪어 온 이들에게 꼭 추전하고픈 소설이다.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는 책 표지에 써 있는 글, 즉 "익명으로 함께 넉넉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희망으로 온 몸을 떨던 등이 푸른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고등어’인 것 같다.

지금까지 보아온 작가의 소설은 누구 말처럼 늘 저린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후벼파는 느낌이었다. 너무도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독자들을 몰아치는 느낌만 받았지만 이 소설을 통하여 작가의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물론 작가가 소설의 후기나,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나의 이 책이 나만의 것은 아니다"라거나 다른 글을 남겼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했듯이 이 소설을 읽고나서 작가의 의도와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참고로 작가가 소설의 추기에 남겨놓은 글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이 땅에 대한 사랑이 깊었기에 먼저 이 지상을 떠난 나의 지인들과 아직도 이 지상 위 한구석 한반도에서 자기 자신만큼 이 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의 소중한 친구들 - 생각해보면 테니스 하나 배우지 못하고 생각해보면 연해 한 번 멋들어지게 한 녀석도 없는,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 폭력보다 위대하다는 걸 가르쳐준 - 과 한 번쯤 아픈 역사에 청춘을 상처입어본, 그리하여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젊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소설의 출연진은 주인공 ’명우(33세)’와 명우의 현재 애인 ’여경(26세)’, 명우의 옛 애인 ’노은림(32세)’, 명우의 전처 ’연숙(33세)’, 명우의 동생 ’명희’, 친구 ’경식’, 노은림의 오빠이자 주인공의 친구 ’은철’, 노은림의 남편이자 주인공의 후배 ’건섭’이다. 은림은 무직에 갈 데가 없고 여경은 화가였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친구와 미술학원을 차려 소녀 가장의 역학을 수행 중이며, 연숙은 명우의 도움으로 서점을 차려 살고 있다.

때는 1990년대 후반, 주인공은 현재 한국 현대사 과정에서 한국식 자본주의에 적응하여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어느 늦가을에 7년 전 자신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운동’의 대의 때문에 매몰차게 내버린 옛 애인 은림이 초췌한 모습으로 연락해 온다. 주인공은 5~6년 전 당시 노동자였던 연숙과 결혼하여 아이도 낳았으나 2년 전 이혼한 상태이고 1년 전부터 동생 명희의 후배인 여경과 사귀고 있는 중이다.

7년 전 명우, 은철, 은림, 건섭은 노동운동을 하고 있었고 건섭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은림은 건섭에게서 떠나 주인공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약속하고 가방에 짐을 싸고 기다렸으나 주인공은 갑자기 겁을 먹은데다 ’운동의 대의’를 저버릴 수 없어 은림을 길거리에 두고 발길을 돌렸다. 건섭은 은림이 원하는 이혼을 거부하고 은림을 괴롭히다가 1년 전에 시국사건으로 붙잡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고 은림의 오빠 은철은 몇 해 전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 끝에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은철이 사건으로 은림의 아버지는 죽고 은림의 어머니는 외국으로 떠났다.

은림이 7년 만에 나타나면서 주인공의 일상적인 생활은 뒤죽박죽이 되고 그 후 한 달 동안 주인공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갈등의 한가운데 놓이게 된다... 주인공은 과거의 잘못과 상처로 괴뢰워하면서 과거와 과거의 사람들을 깨끗이 잊고 현재의 생활에 몰입하고 싶어하고 연숙은 주인공과 은림을 경멸하고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공과 재결합을 원하고 있다.

은림은 과거 눈동자가 크고 아주 검어서 사람들이 ’러시아 눈동자’라고 부르던, 전투적인 여자였다. 자신을 매혹하는 일이 있으면 영원히 잠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던...

여경은 그 시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경은 말한다. "난 당신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들은 너무 이상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리고 이상한 방식으로 서로를 상처 입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여 있어요"

작가 헤밍위이가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자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잃어버린 세대"라고 했다고 하고 중국에서 10~20대에 문화혁명을 겪은 세대가 자신들을 "빼앗긴 세대"라고 지칭하듯이 우리들 역시 80~90년대를 통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이룩했고" 또 그 과정에서 "희망"을 후배들에게 물려준 세대임을 간직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