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백지원의 < 왕을 참하라(上).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를 읽고 / 2009. 2. 468쪽, 진명출판사
솔직하게 말해 이 책 上권을 읽고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제목부터도 신선함을 느꼈고 백성편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는 부제가 나름 신선하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조선 지배층인 왕과 양반 사대부들의 언행에 대해 비어와 속어를 써가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야유한다. "밥 값을 축낸, 밥 값도 못한 00와"이라 식으로...ㅋㅋ
저자가 스스로를 ’재야사학자’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말이 많고 ’역사서’임에도 출처나 근거자료에 대해 밝히지 않고 그냥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조선통사를 쓴다고 밝힌 서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출처나 근거자료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니 ’00통사’라고 학문적으로나, 사실적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운 책일 것이고 저자도 스스로 그런 점을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본다.
또한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라는 부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일반 백성들-농민,중인,노비,서얼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데이터가 별로 없다.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에 간간히 나타나는 지방 수령들의 상소나 보고서들에서 나타나는 ’비탄한 삶’을 인용할 뿐이다.
블로거 ’외유내강’은 자신의 브로그 글(http://blog.naver.com/youngedison/90043011547)를 통해 저자가 크게 실수한 ’객관성 상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병자호란 당시 후금의 인구가 50~60만명이었다(실제로는 수백만명이었을 것이라는 추정)는 것과 임진왜란(조일전쟁) 당시 이순신장군의 함척수를 잘못 계산했다(실제로는 일본 함척수보다 작았다고..)는 것 등을 지적한다. 그런 면에서는 어느 블로거의 주장처럼 저자가 ’제2의 아류 식민사관’을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미있는 부분은 ’밥 값’을 중심으로 조선의 왕을 평가한 점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근대사에 유례가 없는 500년이 넘는 신분차별, 명나라가 망한 후 200년이 넘도록 사대사상에 빠진 왕과 사대부들, 국가를 말아먹은 수렴청정의 대가 정순왕후/문정왕후/명성왕후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광해군과 대원군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세종대왕이 무지 비만이었고 정조의 외모가 장비같았으며 , 이율곡이 천재였지만 모질고 융통성이 없었다, 송시열이 조선 후기 당쟁,사화,사대주의의 기틀을 세웠고 잔인했다... 등등...
1. 조선 왕에 대한 ’밥 값’ 평가
- ’밥 값’ 이상을 한 왕 2명 : 세종과 정조
- 그나마 ’밥 값’을 한 왕 5명 : 태종, 세조, 광해군, 효종, 영조
- ’밥 값’이 아닌 ’죽 값’을 한 와 2명 : 성종과 숙종
- ’밥 값’만 축낸 왕 18명 : 나머지...
- 대표적으로 무능하고 소인배였던 왕 : 선조(조일전쟁/임진왜란)와 인조(조청전쟁/병자호란)
2. 근대사에 유례없는 신분차별
- 조선 500년사에 10%도 안되는 사대부의 사치,향락과 90%가 넘는 백성들의 곤궁한 삶
- 조선을 통틀어 자행된 이북 3도와 개성에 대한 지역차별
3. 망할 때까지 계속된 명나라/청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 명나라가 망하고 나서도 계속된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머저리같은 왕과 사대부들...
- 명나라, 청나라의 우산 속에 안주하여 국제정세도 모르고 발전도 모르고 치부와 향락으로 일관한 왕과 사대부들...
- 청나라-일본-러시아-미국로 이어지는 사대주의의 계보
4. 당쟁과 반동의 기수, 수렴청정
- 문정왕후 : 중종의 두번째 왕비로 인종 때 20년간 수렴청정을 했다. 인종을 학대하고 독살한 의심을 받고 있으며, 파평 윤씨의 세도정치를 열었다.
- 정순왕후 : 정조의 왕비로 정조가 죽은 후 순조를 대신하여 수렴청정을 하면서 정조가 이룩해놓은 많은 개혁제도를 없애고 경주 김씨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이룩해냈다. 정조가 발탁한 인재들을 숙청하여 죽이고 정조가 묵인한 천주교도를 탄압한 ’신유박해’를 실행했다.(신유박해에 대한 재평가는 별도로... 로마 카톨릭 교황청이 1800년 전후로 그전까지 인정하던 동양에서의 제사와 지역종교와의 조화를 부정하는 교시를 내려 박해를 유도한 것이다라는 평가도 있음.)
- 명성황후 : 조선 말기 나라가 망하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서 고종 옆에 앉아 대원군의 개혁제도를 망가뜨리고 ’민씨’ 일가의 세도정치와 비리,수탈을 비호하면서 사대정치의 대미를 장식한 왕비...(수렴청정은 아니고...)
5. ’군’자 왕의 재평가
- 연산군 : 임기 초에 국방에 주력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등 치적이 많았으나, 어머니 폐비 윤씨를 복원시키려다 많은 이들을 죽였다. 임기 후반에 학문과 백성들의 인권을 탄압하였다.
- 광해군 : 전후 복구 사업을 실시하여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안정시키고 당쟁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밖으로는 실리적인 외교를 펼쳤다. 대동법을 실시하고 서적간행에도 힘을 썼다. 인목대비를 폐위하여 인조반정의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 대원군 : 고종 당시 수렴청정은 명성황후가 아니라 대원군이 한 셈이다. 안동 김씨/ 조씨/ 민씨 일문을 축출하고 문벌과 사색?하고 군제를 개혁했다.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법치 질서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노력하였고, 세도정치의 혁파와 탐관오리 일소에 노력하였으며, 지방 토호들의 백성에 대한 학대를 엄금하였다. 폐단이 많았던 환곡제도를 개혁하고 사창제를 실시하여 국가 재정 확보와 민심 안정을 꾀하기도 했다.
저자의 주장-조선의 멸망 이유-을 요약하면 세 가지, 1. 국시인 성리학의 폐단, 2. 중국의 안보우산 아래 경재이 없었던 점, 3. 당쟁과 권력투쟁... 얼핏, 일본의 식민사관과 닮았다고도 볼 수 있는 이유들이 표면적으로는 그다지 거짓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백성 편에서 본 통사라면 위와 같은 말도 안되는 제도와 착취,탄압 구조에서도 이어진 백성들의 삶과 투쟁을 중심으로 조선사를 바라보지 못한 저자의 한계라면 한계일까나...
백성들의 피나 빨아먹으면서 무위도식한 수많은 왕과 사대부들...
그들의 모습이 21세기 대통령과 국회의원, 공무원과 자치단체장, 대기업과 공기업들, 기타 등등의 인간들과 오버랩되는 것은 내 시각이나 관점이 너무 한 쪽으로 편중되어서일까???
이 책을 쓰레기로 분류하기에는 조금 아깝다.
그것은, 저자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와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고 저자의 애기한 지적들이 거짓이 아니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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