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걸까?’
책을 많이 그리고 꾸준히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아주 분명하고 특별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인터넷에 특별히 ’독서법’이나 ’책을 잘 읽는 방법’에 대한 책은 없었다. 하지만, 남들은 어떻게 읽고, 또 어떻게 접근하는 지를 알면 나 나름대로의 패턴과 방법을 세우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산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사람이 제대로 책을 접하는 방법 - 여기서는 그것을 ’슬로 리딩’으로 표현한다. - 을 설명한 책이다. 사람마다 책읽는 방법은 약간씩 다르게 마련일텐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방법은 천천히 읽기이다. 마음을 조급해하지 말 것이며, 쉬엄 쉬엄 읽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앞으로 되돌려 읽고,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읽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기도 해야 하며, 글쓴이의 의도와 입장을 생각해보기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책의 후반부에는 예문들을 들고, 그 예문들에서 숨겨진 구조나 의미를 해석해보는 식의 실습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어떤 ’룰’을 가지고, 그 룰에 따라 책을 읽는 것은 또 하나의 제약조건이기에 그럴 생각도 없고, 또 그럴 자신도 없다. 다만, 내가 책을 한 권 읽어가는 동안, 가급적 이 책을 지은 사람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고, 지금 이렇게 읽고 있지만, 다음에 또 다른 기회에 읽어볼 수도 있겠다는 정도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한번 읽었으니, 다 안다는 식의 어눌한 자만심을 갖지 말 것이며, 이걸 빨리 읽고, 저기 쌓여있는 책들을 빨리 읽어야지 하는 식의 조급함도 갖지 말아야 겠다는 정도로 마음을 추스려 본다.

저자인 ’히라노 게이치로’ ... 약력을 보면 왠지 나이가 있을줄 알았는데 75년생 이었다. 대략 200페이지가 안되는 독서법을 정리한 책. 반정도는 방법론, 반정도는 그것을 실제 적용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도 어렵지 않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속독’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무지하게 비판하고 비난한다.
"요새 유행하는 독서법인 속독은 정작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비유하자면 라면가게에서 개최하는 빨리먹기 대회에서 십오분동안 다섯그릇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속독은 독서를 마친 시점에서 끝내버리는 독서법이지만 슬로리딩은 그 후에도 살리기 위한 독서법이다."
"할당량을 정해 놓고 하루에 세권을 읽기로 했다고 치면, 도저히 느긋하게 생각하며 천천히 읽을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읽어야한다는 초조감은 독서를 빈곤하게 만들 뿐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매달, 매주 책을 많이 "읽기만" 하고 있었다. 처음 책에 흥이가 붙어서 읽기 시작했을때는 신경쓰지 않던 것이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한달에 몇권 한주에 몇권 이렇게 권수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다 보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 때문인가 나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반 의무감에, 본의아니게 억지로 독서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래도 80% 이상은 흥미가 있어서, 보고싶어서 보고 있지만 억지로 읽은 책이 없다고 큰소리 칠 수는 없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단지 정보만 눈으로 보는 속독 보다는 독자 나름대로 판단하여 오독하는 슬로 리딩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독이다. 오독을 하라고 권유를 하고 있지만, 이 ’오독’ 이라는것이 텍스트를 잘못 보고 엉뚱한 소리나 지껄이는 그런 오독이 아니다.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다른 의미도 생각해보는 것을 오독이라 지칭하고 있다. 기존처럼 책을 그냥 다 읽고 거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후에 그 책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과정을 더하면서, 즉 책을 읽고 나서부터가 진짜 독서가 되는 것이 슬로 리딩이다.

그런 슬로 리딩을 하기위한 테크닉을 저자는 여러가지로 설명을 한다.

"조동사와 조사의 사용법에 주의를 기울인다."
- 속독을 하게 되면 역시 명사에 눈이간다. 그만큼 조동사와 조사는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쉽게 지나치기 마련인데, 작가는 이를 지적하고 있다. 일본어도 한국어와 똑같이 끝까지 들어봐야 말 뜯을 알고, ’는,가,에게’ 같은 조사가 바뀌면 문장의 전체 내용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사람 이름이나 명사같은 경우는 잊어버리면 앞으로 와서 간단히 확인만 하거나 조금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사나 조동사 등을 잘못 보고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던 경우라면 문제가 커지겠다. 이것이 바로 난독증의 주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은 몇몇 이슈가 되는 명사에만 주목하고 조사라던지 기타 관계는 싸그리 무시해버리니 백날 글을 읽어도 제대로 못읽는 것이겠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것을 상정하고 읽는다."
- 사람들은 의외로 현재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상상하며 읽으면, 어느 부분이 이해가 부족한지 명확해 진다. 그리고 블로그에 독서 감상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방문자들에게 그 책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려고 하면, 먼저 자신이 확실하게 그 책에 대해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지금 내가 그것을 심히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책을 한번 읽고 끝내지 말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똑같은 한권의 책이라도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의식에 따라 그 재미는 완전히 달라지므로 재독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제일 못하는 부분...

’슬로리딩’ ...
저자 말대로 한 번 시도해볼만 한 방법일까...
먹고 살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보고서도 두 번 읽기가 싫은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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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 출생.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이는 당시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또한 대학 재학생의 수상은 무라카미 류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장으로 중세 유럽의 한 수도사가 겪는 신비한 체험을 그린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일본 내에서 4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매스컴과 문단에서 쏟아지는 주목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을 그린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 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대 일본으로 작품의 배경을 옮겨 젊은 남녀의 성을 세심한 심리주의적 기법으로 추구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원제:다카세가와)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더욱 심화된 의식으로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로지 등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외 재즈 대담집을 발간하고 건축잡지의 책임편집을 맡는 등 문학 외적인 방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