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정명이 ’뿌리깊은 나무’ 이후 1년 만에 선보인 역사소설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화가로서 길이 남아있는 김홍도와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치밀한 전개와 화려한 그림(실제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린 그림)을 선보여 주었다. 작가는 ’뿌리깊은 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두 소설은 추리소설의 긴장감과 묘미를 위하여 살인사건을 소설의 전개에 배치하고서 주인공들이 살인사건을 수사,조사하면서 겪는 긴장감을 이어갔고 주인공들이 살인사건에 어떻게든 연결되어 소설의 반전과 극적인 결말을 시도한다.

 

 관공서 기관(도화서)에서 종사하는 궁중화원으로서 김홍도와 신윤복은 소재나 표현기법은 다르지만 18세기 조선 화단의 혁신적인 화풍을 이끈 두 천재화가다. 당시 조선에서는 사대부나 ’사군자(매난국죽)’ 이외에는 소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색채도 행사 그림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김홍도는 서민들의 건강한 삶을 색채 없이 검은 먹으로만 단순하고 힘 있는 필체로 그린 반면, 신윤복은 당시 금기시되던 여인들의 내밀한 삶을 세련되고 섬세하게 그리고 화려하게 표현했다.

 

 소설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대결과 과거에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 그리고 양반 신분도 돈으로 사는 사회 부조리를 중심으로 사연과 사건이 어루어져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에서 신윤복은 김홍도의 제자이자 경쟁자이고 미치지 못할 거대한 봉우리다.(실제 김홍도는 신윤복보다 13살 위이고 신윤복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화원이었으나 신윤복이 화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김홍도는 영조와 정조의 어진화사를 그렸다. 김홍도는 풍속화 뿐 아니라 탱화, 산수화, 인물화, 신선화, 불화, 모사 등 모든 분야의 그림을 그렸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는 그림이다. 소설 곳곳에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린 그림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들은 하나하나 해석과 맞물려 그간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알려준다. 그림 속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소설의 전개, 특히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일면 자의로, 대부분 타의로 진행되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대결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그림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물론 미술이나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 그림이란 작가나 전문가가 설명해줄 때야 ’아. 그렇구나’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언제나 느끼듯이 그림이란 단순한 선이나 자연, 풍물, 사람의 모습을 선과 면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작가나 전문가가 무어라 설명할 때 대부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야 아무리 그림을 들여다봐도 그들처럼 그림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나 또 다른 의미나 배경을 찾아내지 못한다.

 

 신윤복이 말한 ’그림은 그리워하는 것’이라는 의미 역시 신선하게 다가올 뿐 그 이상도 아니다.

 어찌되었든 최근에 읽은 소설들, ’뿌리깊은 나무’와 ’남한산성’, ’백탑파 시리즈’ 등은 이번 ’바람의 화원’과 더불어 과거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미술시간에, 국사시간에 입시시험을 위해서 암기하고 이해하던 수준을 뛰어넘는 역사와 과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더해준다. 특히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과거의 명칭과 표현, 개념과 사회상은 존재 그 자체로 새로운 활력을 주기도 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교훈과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언제나 ’역사소설’은 반갑고 유익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