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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서평 ♬ - "서양인의 사고는 직선적이고 동양인의 사고는 윤회적" -

♣ 책 소개 : 동서양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역사학이나 인류학 같은 인문학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한편,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예전에 인문학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분야를 생물학이나 인지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비과학적’이라는 혐의로 인문학의 그간의 성과가 무시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로 인간의 정신에 관한 한 철저한 보편주의자였던 저자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어느 날 중국 출신 대학원생이 자신과 그의 사고방식이 매우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을 듣고 커다란 지적 충격을 받게 된다. 그로부터 그는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미시간대학교, 중국의 베이징대학교, 일본의 교토대학교, 한국의 서울대학교, 그리고 중국의 심리연구소와 함께 동·서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관한 체계적인 실험과 연구를 전개하게 되었다.

♣ 책을 읽고 : ’생각의 지도’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처음 제목에서 받은 것과는 무척 다른 내용이었다. 나는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통해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뇌의 활동, 또는 뇌 세포의 작용과 연관성’ 등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책은 ’동양과 서양의 생각의 차이’에 대한 문화비교를 다룬 것이었다.

199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한 학생이 우수논문 경연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다. 그는 즉각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후에 그는 교수직을 얻는데도 실패했다. 그 해 10월 31일, 그는 학과 건물에 들어가 자신의 지도교수를 총으로 쏘고 근처에 있던 다른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총을 난사한 후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미국과 유럽 언론은 박사과정 학생의 개인적인 특성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었다. 심리적 약점들이나 개인적인 태도, 심리적인 문제들과 같은 극히 개인적인 면을 부각하여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내 언론들은 판이하게 달랐다. 중국 신문들은 그 학생의 생활환경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간관계, 중국사회의 학력에 대한 압박, 그리고 미국 사회의 총기구입 문제 등을 그 사건의 원인과 배경으로 분석한 것이다. 만약 한국 유학생이 그런 사건을 일으켰다면 한국 내 언론들도 중국 언론과 비슷한 논조일 것이다.

이 사례가 극단적인 비교가 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서구에서는 인간을 둘러싼 어떤 행위나 사건을 분석할 대 ’본성론’을 잣대로 삼고 동양에서는 ’상황론’을 주요 잣대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양과 서양의 ’상황론’과 ’본성론’은 그 자체로 비교,대립되지 않는다. 그러한 차이는 전체적인 모습과 관계를 보려고 하는 동양인의 사고방식과 부분을 파고들어서 분석하고자 하는 서양인의 사고방식으로, 어려서부터 독립성과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서양문화와 더불어 살고 관계속에서 스스로를 규정하는 동양문화로 이어진다. 또한, 서양문화는 논리를 중요시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중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저자가 실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대만의 학생을 상대로 수 많은 실험을 실기하고 그 결과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느껴오던 서구문화와 동양문화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학문적인 결과물,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 이 책은 충분히 책 값을 했다.

사실 난 ’서양인들의 사고구조나 사고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서양식 사고방식과 문화들, 즉 개인주의, 독립성, 분석적인 사고, 범주화나 개념화, 기하학과 첨단물리학의 발달, 형식논리와 합리주의가 동양보다 발달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이유를 사고방식이나 문화의 차이보다는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저자는 대신 동양은 연관성, 대수학과 연산, 상황논리와 경험주의, 윤회사상 등에 있어서 서양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 이유는 동양인과 서양인이 몇 천년, 몇 만년 이상 각기 서로 고유하면서도 다른 역사와 경제, 문화를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동양인 학자 및 학생들과 함께 대부분의 연구를 수행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처럼 동서양 문화의 영향을 모두 받은 사람들도 폭넓게 연구했다. 그 결과 책 발간 후 많은 동양인들에게서 자신의 경험과 일치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특히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유럽계 미국인보다 열등하다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동서양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은 단지 상호보완적인 ‘차이’에 불과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인종간의 차이도 아니고 영속적인 차이도 아니며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른 것으로 우리 모두가 이중문화적(bicultural)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 저자 소개 : 저자는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의 시어도어 M. 뉴컴(Theodore M. Newcomb)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수상했다.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 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Human Inference: Strategies and Shortcomings of Social Judgement], [Rules for Reasoning], [Culture of Honor: The Psychology of Violence in the South], [The Person and The Situation], [Men, Honor and Murder]를 비롯,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